서울 지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경유 평균 가격이 리터(ℓ)당 2000원선을 넘나들며 휘발유 가격을 바짝 뒤쫓고 있다. 휘발유에 이어 경유까지 가격이 오르면서 연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998.83원으로 집계됐다. 전날에는 ℓ당 2001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의 경유 평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서울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ℓ당 2077.23원)과 차이는 78.4원에 불과하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싼 역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유 가격이 급등한 것은 디젤 차량이 많은 유럽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급 문제가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유럽이 사용하는 경유 중 러시아산 비중은 20%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국제 경유 가격은 3월 21일 기준 배럴당 144.76달러에 거래됐다. 9일에는 배럴당 180.97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1월 초까지만 해도 90달러대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경유 가격 상승세가 휘발유 대비 높은 이유는 유류세 구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보통 경유가 휘발유보다 저렴한 것은 세금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용과 소상공인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경유보다 휘발유에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한다. 그런데 유류세 인하 조치가 유종과 관계없이 20% 일괄 인하되다보니 기존에 세금이 많이 붙었던 휘발유가 가장 큰 인하 혜택을 보게 됐다.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시행된 유류세 인하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ℓ당 164원, 116원씩 가격이 내려갔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3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경유와 휘발유 가격 역전이 현실화될 수 있다.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유류세가 10% 인하됐을 때도 2008년 6월부터 5주동안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