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를 앞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가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회사에 유리한 주총 안건을 추가하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꼼수’를 쓴다는 비판이 나온다. SM엔터는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KKR 출신 이창환 대표가 설립한 사모펀드(PEF)운용사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신규 감사 선임을 놓고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22일 업계 등에 따르면 SM엔터는 주총 안건 확정을 위한 법정 시한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장 마감 후 주총 소집 공고 정정공시를 냈다. 주주명부 폐쇄 일을 기존 지난해 12월 31일에서 주총 2주 전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고,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한도를 현재 발행주식 총수의 30%에서 50%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주주제안은 주총 6주 전까지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주주명부 폐쇄일이 2주 전으로 변경되면, 향후 주주제안이 들어올 경우 접수되고 명부가 폐쇄되기 전까지 4주 동안 회사 측이 우호지분을 확보할 시간이 생긴다. 또 이른바 지분 쪼개기(3%룰 회피를 위해 최대 주주의 지분을 타인에게 빌려주거나 매각했다가 회수) 등 편법으로 감사 선임을 포함한 모든 주주제안을 사실상 무력화 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3%룰은 상장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일각에선 인수합병(M&A)을 앞둔 에스엠이 사세를 키우기 위해선 추가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최대 주주인 이수만 SM엔터 총괄 프로듀서 지분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데다가, 방식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SM엔터는 작년 말 기준 4000억원이 넘는 순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데,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 3자에게 신주 발행 한도를 늘리겠다고 하는 건 앞으로 주주 동의 없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신호로 주가에 부정적”이라며 “대주주 지배권 강화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M엔터가 이같이 경영권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이번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의 승산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며 감사 선임 안건을 주주제안하면서 창립자이자 최대 주주인 이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를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의 지분 0.91%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주주의 위임을 받아 3%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 1일엔 이 총괄 프로듀서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 맺은 인세 계약이 부당하다며 해지하라는 주주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라이크기획은 이 프로듀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회사인데, SM엔터 연간 영업이익의 최대 46%를 가져가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었다. 명목은 프로듀싱 용역으로, SM엔터는 2000년에 상장한 이후 2021년 3분기까지 총 1427억원, 2021년에는 3분기까지 181억원을 라이크기획에 인세로 지급했다.
이에 KB자산운용은 2019년에 공개적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러 차례 횡령·탈세 혐의를 받은 이 프로듀서는 2010년 등기임원에서 물러나 회사에서 발생하는 법적책임은 피하고, 또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임원의 보수 공개 의무에서도 벗어난 상태다.
SM엔터가 주총 소집공고를 다시 내면서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의결권을 처음부터 다시 위임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배당 및 지배구조와 관련해 여러 차례 주주 제안을 받았으나 응하지 않았던 SM엔터는 올해 주총을 앞두고 사상 최초로 배당을 실시했다. 또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열고, 의결권을 위임할 경우 소속 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친필 사인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