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제품군을 늘리고 품질을 높이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 굳히기에 나섰다. 특히 수입산 철강재와의 가격 격차가 줄면서 국산 철강재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21일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포스코(POSCO)와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460860) 등 국산 철강재는 4655만톤(t)이 팔렸다. 수입 철강재량은 949만t이었다. 시장 점유율로 보면 국산이 83.1%, 수입산이 16.9%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보다 국산 비중이 2%포인트가량 증가했다. 한때 국산 철강재가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국내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내줘야 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국산 철강재 점유율이 늘어난 것은 수입산 제품과의 가격 격차가 좁혀진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수입산 철강재의 시장 점유율이 최대치였던 2015년 국산 철근 가격은 도매 현금가 기준 t당 55만원 안팎이었다. 당시 수입산은 t당 49만원가량으로 10% 이상 저렴했다. 기초 철강재인 열연강판 가격 역시 국산과 수입산이 t당 10만원의 가격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이달 현재 국산 철근과 수입산 철근의 가격 격차는 t당 3만7000원(3.5%), 열연강판은 t당 2만원(1.6%) 수준이다.
가격 차가 좁혀진 것은 수입산 철강재 가운데 중국산 비중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해 12월 기준 수입 철강재 95만9100t 가운데 중국산은 29만7700t(31%)이었다. 2018년 49.2%, 2019년 50.6%, 2020년 48.6% 등 50% 안팎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20%포인트가량 줄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철강재 수출 증치세 환급을 취소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그동안 제품을 수출하면 13%의 증치세(부가가치세)를 돌려받는 점을 이용해 저가 경쟁을 벌여왔는데, 더는 어려워진 셈이다. 또 중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6년만에 중국 철강업체의 조강(쇳물) 생산량이 감소해 내수 물량을 감당하기도 빠듯해진 상황이다. 물류난으로 수입산 철강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영향도 있다.
안전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고 국산 철강업계가 신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어 고품질의 국산 철강재를 선호하는 경향도 더 커졌다고 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산이나 수입산 철강재 모두 비싼 상황에서 공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굳이 수입산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국산 철강재가 중국산보다 품질 면에서 우위에 있고, 맞춤형 개발도 가능한 점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방시설본부와 한국철강협회가 업무협약(MOU)을 맺고 앞으로 사격장 방탄철판도 국산 철강재를 적용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군 시설에는 99% 이상이 KS인증을 받은 국산 철강재가 쓰이고 있지만, 군 사격장의 방탄철판은 수입산이었다. 유탄(빗나간 탄환)이나 도비탄(다른 물체에 맞고 나간 탄환) 등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방탄철판으로 사용할 국산 제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POSCO)가 방탄철판에 쓸 철강재를 생산하면서 국산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국방시설본부 관계자는 "국산 방탄철판을 사용해 안전도 강화하고 60% 이상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국산 철강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군 시설 공사기간 연장을 방지하고 품질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K-Steel' 캠페인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K-Steel 캠페인은 안전, 환경, 경제성 측면에서 국산 철강재의 우수성을 알리고 부적합 철강재 근절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최정우 철강협회장(포스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K-스틸 등 국산 철강재의 우수성을 알리고, 인식을 제고하는 활동을 지속해서 추진해 내수 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해 나가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