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하면서 올해 들어 수직 상승하던 주유소 기름값이 이번주부터 소폭이나마 하락할 전망이다. 주유소들은 이미 지난주 대비 낮은 금액으로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주유소의 안내문이 화제가 됐다. ‘다음 주(3월 22일 기준) 공장도 가격이 현재 국제유가 기준으로 휘발유 100원 인하, 경유 240원 인하가 예상됩니다. 유류 구매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다. 공장도 가격은 정유사의 공급 가격 지표 중 하나로, 주유소가 정유사에서 사들이는 기름값 흐름과 비슷하게 움직인다.
지난주까지 휘발유 가격은 무섭게 상승했다. 3월 셋째 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ℓ당) 1994.4원으로 2012년 10월 넷째 주(2003.3원) 이후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상승폭은 132.8원이었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 셋째 주(161.3원) 이후 24년여 만에 가장 큰 주간 상승폭이다. 정부는 4월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는데, 소비자 부담이 줄어들지 않자 인하 폭을 법정 최대치인 30%까지 확대하는 안을 고심 중이다.
정유업계는 이번주 기름값 상승 흐름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공장도 가격은 당일 환율과 지난주 국제 제품가격을 반영해서 산출하는 기계적 지표”라며 “지난주 국제 휘발유 가격이 고점 대비 하락한 만큼 현재 공장도 가격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싱가포르 거래소의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21.17달러로 전주(138.42달러) 대비 12.5% 하락했다. 이를 반영한 A정유사의 휘발유 공장도 가격은 이날 기준 2022원으로 전주 대비 137원 하락했다. 경유와 등유 역시 각각 263원, 202원씩 내려간 1921원, 1410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유소의 휘발유 매입 가격도 낮아졌다. B정유사 브랜드 주유소가 매입하는 휘발유 가격은 현재 ℓ당 1899원이다. 일주일 전인 지난 14일(1975원)과 비교하면 76원 떨어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가격이 정유사 출고가에 반영되는 데 짧게는 수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걸리는 데다 각 주유소가 기존에 비싼 값에 받아온 기름을 소진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하락폭이 소비자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조만간 가격이 내려갔다고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기름값이 떨어졌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기 전에 다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의 국제유가 하락세가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소현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현재 원유공급 상황상 단기적으로 급격한 원유공급 증대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대(對)러시아 제재가 존재하는 한 원유시장은 유가 상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