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 광고회사 제일기획(030000)이 국내 주요 광고회사 중 처음으로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에 뛰어든다. NFT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한 동영상, 이미지, 음악 등 다양한 유형의 디지털 콘텐츠다.
21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제일기획은 NFT를 발행할 뿐만 아니라 이를 거래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광고회사지만, NFT 시장에 진출할 인적자원은 풍부하다. 직원들이 직접 기획한 이색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제3기획’을 운영한 경험도 있다. 제3기획은 현재 드라마·예능·게임 등과 협업해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굿즈(기획상품) 상점으로 개념을 확장했다. 팬덤을 기반으로 한 공식 콘텐츠 컬래버레이션 샵으로, NFT와 연계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거래할 수 있는 IP도 갖춰져 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4월 스튜디오드래곤(253450)과 K-드라마 열풍을 활용해 마케팅과 브랜딩을 강화하는 ‘드라마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제일기획은 1차 콘텐츠인 드라마에서 파생되는 공연·전시·게임 등의 2차 콘텐츠 사업을 기획하고, IP에 적합한 브랜드 발굴을 통한 마케팅 상품 기획 및 개발, 콘텐츠를 연계한 라이선스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기로 했다. CJ ENM(035760)의 자회사이자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스물다섯, 스물하나’, ‘빈센조’, ‘사랑의 불시착’ 등 여러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다.
제일기획은 최근 관련 인력도 채용 중이다. 지난 14일부터 해외 석박사를 대상으로 NFT·블록체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경력직을 모집하고 있다. 채용 대상자는 블록체인 플랫폼 아키텍처 설계 및 개발 프로젝트 수행, NFT 발행(민팅) 및 마켓플레이스(옥션 포함) 설계 및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제일기획은 특히 블록체인 플랫폼 기반 애플리케이션(앱) 설계·개발 역량, NFT 발행, 블록체인 메인넷, 암호화폐 관련 개발 경험 선호한다고 공고에 명시했다.
제일기획은 올해 NFT 사업을 비롯해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등 디지털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유정근 제일기획 사장은 지난 1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근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메타버스·라이브 커머스 등 마케팅 채널이 다양화됨에 따라 테크(Tech) 기반의 콘텐츠 중요성이 크게 증대됐고, 광고주들은 실질적 성과가 있는 채널에 마케팅을 집중하며 효율성 강화도 지속 요구하고 있다”며 “올해 전 사업영역에서 데이터·테크를 활용한 통합 솔루션 제공 및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해 퍼포먼스 마케팅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회사가 NFT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TV로 대표되는 전통 광고시장이 축소되면서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주의 요청을 받아 기업·제품을 알리는 기발한 문구나 영상만 제작해서는 살아남기 어려워지자,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NFT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20년 대비 200% 이상 성장했고, 올해도 100% 넘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일기획의 고객사들도 잇달아 NFT 발행과 플랫폼 확장에 뛰어들고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일기획의 주요 고객사이자 대주주인 삼성전자(005930) 역시 산하의 벤처투자 전문회사 삼성넥스트를 통해 NFT 관련 기업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NFT 거래 플랫폼과 콘텐츠 감상을 지원하는 스마트TV를 공개하고 직접 NFT 시장 개척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