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구성이 완료된 가운데 산업 정책 담당에 SK그룹 출신이 대거 포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SK그룹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 비슷해 주목을 받았고, 기업분할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등 문재인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인수위에 SK 출신 인사가 대거 참여하면서 SK그룹이 윤석열 정부와도 호흡을 잘 맞춰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인수위에 따르면 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2분과에 SK그룹 출신 인사가 총 3명 포함됐다.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SK하이닉스(000660) 사외이사로 활동했고, 왕윤종 동덕여대 교수는 ㈜SK 경영경제연구소장(상무급), SK차이나 수석부총재, ㈜SK 중국경제연구소장(전무급) 등을 역임했다. 반도체 설계 기술자인 유웅환 전 SK텔레콤(017670) ESG혁신그룹장(부사장급) 역시 SK텔레콤 오픈콜라보센터장, SV이노베이션센터장을 맡은 바 있고, 지금도 SK텔레콤 경영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SKT 본사 수펙스홀에서 이 회사 AI(인공지능) 사업 관련 구성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SK텔레콤 제공

SK그룹은 주요 그룹 중 가장 많은 인맥을 인수위에서 확보하게 됐다. 이 교수가 2019년부터 LG디스플레이(034220) 사외이사를 맡고 있긴 하지만 SK하이닉스와 보낸 시간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왕 교수도 2018년부터 효성화학(298000) 사외이사를 맡고 있지만 심리적 거리감은 비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유 전 그룹장도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사업부 상무, 현대차(005380) 연구소 이사 등을 지내긴 했지만 그 기간이 각각 2년 안팎에 불과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산업 정책을 입안할 때 각 인수위원의 사전 정보와 경험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SK그룹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들이 인수위에 포함됐다는 것은 SK그룹에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에서 사외이사 뿐만 아니라 임원까지 달았던 위원이 있는 만큼 다른 그룹 대비 SK그룹에 대한 친밀도가 높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SK그룹에 도움을 주긴 어렵겠지만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문재인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했지만, 현 정부도 주목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높아 중소기업벤처부 등을 통해 사회적 기업 육성 정책을 펼쳤는데, 그 과정에서 SK그룹의 관련 활동에 주목하기도 했다. 2018년 당시 김동연 부총리는 “SK가 하는 (사회적 가치 관련) 여러 사례를 분석하고, 그 속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도 SK그룹이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 성장했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기준 10대 그룹 중 시가총액이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SK그룹이었는데,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의 증시 입성 영향이 컸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수 차례의 기업분할과 상장을 원활하게 진행했고, 바이오·반도체·배터리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미래 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임하면서 문 대통령과의 만남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 대한상의 ‘상공의 날’ 행사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해 최 회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대통령이 상공의 날 행사에 참석한 것은 8년 만이었다.

SK그룹이 윤 당선인의 인수위와 소통 창구를 갖게 됐지만, 향후 정부 출범 뒤에도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과거의 경험상 이전 정권과 긴밀했다는 평가를 받은 기업들은 대체로 다음 정권에서 순탄치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선 태광실업이 대대적인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태광실업의 박연차 회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 그룹 리더격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