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승객 없이 컴컴한 국제선 출발층을 지나 널따란 활주로에 다다르자 붉은색 티웨이항공(091810) 로고가 칠해진 항공기가 엔진 소음을 내며 주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는 티웨이항공이 최근 도입한 A330-300 1호기로, 길이 63.69m, 높이 16.83m의 대형 항공기다. 최대 운항 거리는 1만186㎞. 중장거리 노선에 주로 쓰이는 '베스트셀러'다.

항공기 내부로 들어서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서는 보기 드문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이 보였다. 12석 규모, 좌석 너비 51㎝, 앞뒤 좌석 간격 150㎝로 좌석에 앉아 다리를 뻗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은 335석 규모로, 기존 B737-800 항공기(189석)의 1.8배에 달했다. 좌석 간격과 좌석 너비도 기존 항공기보다 3~8㎝가량 넓어졌다.

티웨이항공은 운항 준비를 마무리한 뒤 이달 말부터 김포~제주 노선에 이 항공기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후 싱가포르, 하와이 호놀룰루, 호주 시드니 등 중장거리 노선 운항을 시작하고, 유럽과 북미 주요 지역으로까지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이 도입한 에어버스사의 대형항공기 A330-300의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 /이은영 기자
티웨이항공이 도입한 에어버스사의 대형항공기 A330-300의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 /이은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국내 1·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해외 장거리 노선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 신규 운항에 시동이 걸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중·대형 항공기를 잇달아 도입하고 나섰다.

에어프레미아가 올해 중형 항공기 4대를 도입하기로 했고, 이보다 앞서 지난달 24일 1호기 도입을 마친 티웨이항공은 이날 A330-300 도입 기념 간담회를 열고 중장거리 노선 확대 계획을 밝혔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LCC의 주력 기종인 B737로는 갈 수 있는 거리에 한계가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대형 항공기를 도입했다"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26개 운수권이 재배분 대상이 됐는데, 그 중 장거리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파리, 로마, 런던, 이스탄불, 바르셀로나 등은 두 항공사가 합병되지 않았다면 50년을 기다려도 나올 수 없는 운수권이었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26개 운수권 중에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유럽 노선은 전부 다 매력적"이라면서도 가장 매력적인 노선으로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터키 이스탄불 노선을 꼽았다. 그는 "5월부터 싱가포르 노선에 운항하는 것을 가장 먼저 검토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회복 여부에 따라 7월부터는 동유럽의 크로아티아 운행도 검토 중이고, 겨울에는 호주 취항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의 정홍근 대표가 17일 오전 A330-300 1호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은영 기자

티웨이항공은 화물 운송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기존에 보유 중인 B737-800 기종보다 벨리(하부공간)가 넓어 대량의 화물 수송이 가능하며, ULD(Unit Load Device·항공화물 전용 컨테이너) 도입으로 대형 및 특수 화물, EMS 수송도 가능해졌다. 정 대표는 "화물을 한 번에 최대 20t까지 실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회복이 더딜 경우 화물 운송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쌓여가고 있는 리스부채 등 비용 우려에 대해선 "한 달에 100억~150억원가량이 드는데,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이 추진 중인 유상증자에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004870)의 참여가 불투명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최대주주 뿐만 아니라 다른 제3의 기관에도 얘기해서 최대한 참여를 많이 하도록 말씀드릴 계획"이라며 "지분율이 희석될까 우려가 되긴 하지만, 최대한 막으려고 하고 있다. 최대주주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올 겨울 성수기쯤엔 (해외여행 수요의) 많은 부분이 회복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내년이면 해외여행 수요의 94~95%, 2024년이면 2019년 대비 104~105%가량 회복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티웨이항공 훈련센터에서 비상탈출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은영 기자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김포공항에 위치한 자체 훈련센터에서는 비상탈출, 화재 대응 등 훈련도 진행됐다. 실내에 마련된 상황별 실습실에는 실제 동체와 거의 비슷한 높이와 너비로 만들어진 항공기 모형이 설치됐다. 내부엔 실제 기내와 같은 내부 환경이 마련됐고, 창문에는 액정표시장치(LCD)가 설치돼 있어 상황별 창 밖 모습을 구현하고 있었다. 상황별 기내 소음, 화재 연기 등 각종 시뮬레이션도 진행됐다.

이곳에서 운항승무원, 객실승무원, 항공정비사 훈련과 교육이 끝난 뒤, 티웨이항공의 1호 대형기는 이달 말 제주 노선 운항을 시작한다. 티웨이항공은 1호기 도입을 발판 삼아 대형 항공기를 5월까지 3대까지로 늘릴 예정이다. 이어 2027년까지 대형기 20대, 중소형기 30대 등 총 50대 규모의 기단을 확보해 연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