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관리 체제를 벗어난 두산(000150)그룹이 ‘탈(脫)원전 백지화’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본격적인 재도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최근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하기로 했다. 새로운 회사명인 두산에너빌리티(Doosan Enerbility)에서 에너빌리티는 ‘Energy(에너지)’와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를 결합한 것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핵심 사업으로 삼겠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사명 변경은 2001년 한국중공업에서 두산중공업으로 바뀐 지 21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은 두산그룹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조화를 통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한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으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원전 공약은 건설이 중단된 원전을 다시 지어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되며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추진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등 국내 원전 사업 재개와 더불어 수출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 최종안에 원자력 발전이 포함됐고, 두산중공업은 올해 이집트 원전 사업에서 6000억원 규모의 수주가 확정됐다. 하반기에는 체코 원전 사업 수주 입찰을 시작으로 폴란드·사우디아라비아·인도 원전 프로젝트 입찰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원전 확대 외에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의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에 약 1억달러(약 1241억원)를 투자하며 관련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폴란드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필리핀에서도 SMR사업을 수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오는 2035년까지 전 세계에서 SMR 650~850기 건설이 추진돼 시장 규모가 최대 4000억파운드(약 64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두산그룹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핵심인 원전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에 결국 2020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3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하며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었다. 두산중공업은 약 2년간의 혹독한 구조조정 끝에 원전과 더불어 풍력발전, 가스터빈 등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지난달 28일부로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졸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기조가 친원전으로 바뀌게 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는 평이다.

두산중공업이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두산중공업 제공

원전 외 미래 먹거리론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가스터빈 사업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해상풍력 1위 사업자로, 이달 초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단지 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제주한림해상풍력 사업의 장기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했다. 또 2005년 5㎿ 소형 가스터빈 제작에 착수한 두산중공업은 2019년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대형 발전용 가스터빈 모델을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하기도 했다.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 8일엔 국내 반도체 테스트 기업 테스나 인수를 결정했다. 테스나는 ‘모바일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카메라이미지센서(CIS), 무선 통신칩(RF) 등 시스템 반도체 제품에 대한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이번 인수를 기점으로 반도체 사업을 기존의 에너지(발전) 부문, 산업기계 부문과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