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Ni) 가격이 폭등하면서 최대 수요처인 스테인리스강(STS)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보통 니켈값이 오르는 만큼 STS 가격도 오르지만, 현재 니켈 가격 상승폭이 너무 커 비용 부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는 니켈 거래를 지난 8일부터 중단했다. 그날 니켈값은 하루 만에 2.5배가 뛰면서 t당 10만달러 선을 넘어섰다. LME는 니켈 매매를 정지시키고 같은날 거래도 모두 취소했다. 니켈값은 연초에 t당 2만달러대였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승세가 이어졌다. 러시아는 전 세계 니켈의 10%가량을 생산한다. 여기에 숏커버링(공매도 상환)까지 맞물리면서 니켈 가격 오름세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업체인 러시아 노릴스크의 니켈 광산. /트위터 캡처

니켈값 폭등은 니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STS 업계로 불똥이 튀었다. STS는 크롬(Cr)을 함유해 쉽게 녹슬지 않는 합금이다. 일반 철강재보다 내구성·내식성이 우수하고, 주방용품부터 에너지 플랜트까지 쓰임새도 다양해 '철강의 꽃'이라고 불린다. 니켈이 들어간 제품은 내식성이 더 뛰어나고, 그만큼 가격도 더 비싸다.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60% 이상이 STS 생산에 쓰인다.

국내에선 포스코(POSCO), 현대제철(004020), 현대비앤지스틸(004560), 대양금속(009190) 등이 주요 생산업체다. 이들 업체들은 그동안 니켈 가격이 오르면 STS 가격도 올려 매출과 수익성을 키우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니켈값이 단기간에 폭등하면서 고민이 커졌다. 상승폭 만큼 STS 가격에 반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STS업체 관계자는 "당장 다음달부터 STS 제품 가격이 30%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니켈 가격이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 추가로 더 인상을 해야 한다"며 "수요업체들이 그만큼의 인상분을 받아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07년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중국이 STS 생산을 폭발적으로 늘리면서 니켈값은 t당 7000달러에서 5만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STS 가격도 그 해에 4차례 인상됐다. 하지만 현대비앤지스틸은 2007년에 매출이 전년보다 28%(1830억원) 늘어나는 동안 영업이익은 오히려 16.8%(약 85억원) 줄었다.

철강업계에선 니켈값이 t당 8만달러 이상 수준을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도 지난해의 2배 수준인 t당 2만5000달러선 위에서 거래될 가능성은 충분해 비용 부담을 두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요 생산국이 수출 제한을 예고하고 있고, 이차전지용 니켈 수요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포스코는 STS용 니켈 일부를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로 전환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니켈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가속화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니켈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 전반이 예상 밖에서 움직인다"며 "단순히 철강사뿐만 아니라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산업계 전반이 적정한 비용을 계산하기 어려워지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