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국전력(015760)이 판매한 전력량이 5만기가와트시(GWh)에 육박하며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력 판매량은 일반적으로 전력 사용량과 거의 비슷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제조업 등 산업 경제가 회복되면서 전력 수요도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지금과 같이 낮은 전기요금 수준에서는 전력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한전의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처럼 전기요금이 계속 동결되면 한전의 적자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전력의 '1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1월 전력 판매량은 4만9802GWh로 1년 전 같은 기간(4만8756GWh) 대비 2.2% 늘었다. 증감율이 전월(4.9%)보다 절반 수준으로 꺾이긴 했지만 판매량 절대 숫자로만 보면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이전 역대 최대 기록은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했던 2018년 8월(4만9532GWh)이었다.

그래픽=손민균

용도별로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용이 2만6070GWh로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1월 수출규모가 역대 1월 최초로 500억달러(약 62조원)를 넘어서는 등 경기 호황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화학, 석유 등의 생산량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자영업자 등이 사용하는 일반용은 1만1519GWh로 전년 동기 대비 0.9% 늘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로감에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주택용은 7093GWh로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다. 지난해 1월 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이상저온 발생일수 증가 등으로 주택용 판매량이 폭증(10.9%)했다보니 올해 1월은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저조했다. 기타(교육용·농사용·가로등·심야)도 1.0% 감소한 5121GWh에 그쳤다.

현 상황에서 전력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은 한국전력에 부담이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데, 전력을 사들이는 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전기요금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도매가격(SMP)은 지난 2월 킬로와트시(kWh)당 197.32원으로 전월(154.42원) 대비 27.8% 급등했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1분기 kWh당 3원 인하된 후 3분기까지 동결됐다가 4분기에야 3원이 올랐다. 올해 1분기 역시 동결됐다. 즉 전력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한전은 지난해 5조8601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그 규모가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적자 규모가 커지자 한전은 올해 적용할 기준연료비를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kWh당 4.9원씩 총 9.8원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또 환경정책 비용 등을 반영한 기후환경요금도 오는 4월부터 kWh당 2원씩 인상하기로 했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원자재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라며 "현재 원자재 가격 상승세라면 두 번의 전기요금 인상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전기요금 동결 공약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직후에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는 계획은 탈원전 정책 실패의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며 "코로나 위기 동안 전기요금을 동결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을 동결하면 국민이 당장 내야하는 금액은 소폭 줄어들겠지만, 이로 인해 한전 적자가 불어나면 결국 국민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전기요금 동결 공약 이행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