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해양강국 재도약을 약속한 차기 정부가 대우조선해양과 HMM(011200)의 민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으로의 인수가 불발된 뒤 아직 인수 기업을 찾지 못했고, HMM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민영화 작업은 더딘 상황이다. 정권 교체로 두 조선·해운사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수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큰 만큼, 두 기업의 민영화 향방은 신임 회장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보유한 산업은행은 이달 중 경영 컨설팅을 마무리하고 구체적인 매각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올해 1월 기자 간담회에서 “경영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우조선해양의 강점과 약점을 고려해 구체적인 매각 계획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에 신규자금 수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주인 찾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부터 올해로 22년째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조선DB

변수는 매각 계획을 이끌어갈 산업은행의 수장이 교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동걸 회장의 임기는 2023년 9월이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된 이동걸 전 회장(동명이인)도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으로 임기를 1년 5개월 남겨두고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조선업계에선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당장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만한 기업이 없다. 시장에선 인수 후보군으로 포스코(POSCO), 한화(000880), 효성(004800) 등이 거론됐으나, 해당 기업들 모두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회장도 “당장 거액의 자금으로 구주(舊株·기존 주식)를 인수하고 신규 자금을 넣을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본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열악한 재무구조와 대외 리스크도 걸림돌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초 한국조선해양의 인수로 최대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려 했으나 실패한 상태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악성 재고 여파로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1조7547억원에 달했다. 2018년 말 137%였던 대우조선해양의 유동비율은 작년 말 84%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동비율이 100% 아래인 것은 보유한 유동성 자산으로 보유 대출을 전부 갚을 수 없다는 뜻이다. 러시아가 스위프트(SWIFT·국제금융결제망)에서 배제되면서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16억달러(약 1조9700억원) 상당의 LNG선과 해양 설비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경남 거제를 지역구로 둔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에 대우조선 지분을 이관한 뒤 향후 매각하는 방향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KDB인베스트먼트는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KDB인베스트먼트 아래에서 경쟁력 제고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중흥그룹에 매각된 대우건설(047040)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새 주인을 찾는 데 성공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부터 선박을 대거 수주하면서 내년부터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재무구조 개선만 이뤄진다면 매각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HMM의 5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제공

2016년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된 HMM(당시 현대상선)도 차기 정부에서 민영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지분을 각각 20.69%, 19.96%씩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전환사채권(CB),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업은행 지분은 36.02%, 해양진흥공사는 35.67%로 늘어난다.

해운업계는 최근 HMM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HMM은 지난해 7조37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 9년간 쌓였던 누적 영업손실 3조8401억원을 한 번에 털어냈다.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효과로 올해 1월에만 1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차기 정부 국정 과제 후순위로 밀리면 매각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

최근 기업 가치가 크게 오른 점이 되레 인수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전날 종가 기준 HMM의 시총은 16조원이 넘는다. 이에 산업은행은 단계적 지분 매각을 통해 향후 HMM을 인수할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거액의 자본 조달이 쉽지 않은 만큼 국내 SI(전략적 투자자)가 외부에서 사모펀드를 끌어들일 가능성도 있다”며 “당장은 차기 정부의 계획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연내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