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5년간 이어진 탈(脫)원전 정책이 막을 내릴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탈원전 정책을 전면 폐지하고 원전 기술개발, 수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한다는 계획을 밝혀왔는데, 이 경우 무너졌던 원전산업 생태계가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원전과 재생 에너지의 조화를 통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있었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도 재조정될지 주목된다.
10일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정부 출범 직후 'K-원전 발전 공약'의 이행을 위한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검찰총장 재임 시절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걸 은폐하려는 정권의 파렴치를 알게 됐다"고 주장하며 이를 정치 참여의 명분으로 꼽아왔다. 탈원전 반대 여론을 정치적 동력 삼아 대통령 자리까지 오른 만큼, 다른 공약보다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K-원전 발전 공약은 건설이 중단된 원전을 다시 지어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되며 건설이 전격 중단된 신한울 3·4호기가 재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공사 중단은 국가 범죄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지난해 공사계획 인가 기간이 2023년 12월까지 연장됐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오는 2023년 예정돼 있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한울 3·4호기가 포함되는 것을 시작으로 건설 과정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 연장도 가능해진다. 윤 당선인은 "신한울 외에도 안전성이 확인된,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 계속 운전을 허용할 것"이라며 "미국은 원전을 60∼80년 쓰는데, 우리나라는 30∼40년을 기준으로 운영을 허가했다. 연장 운영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법적 근거는 없이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고리 2호기 등 기존 원전 11기의 수명 연장을 금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원전 확대 외에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차세대 원전과 원자력 수소기술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는 윤 당선인과 공동 정부를 구성하기로 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약속한 내용이다. 안 전 후보는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별도로 차관보급의 원전 정책 책임자를 임명하고, SMR 기술개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해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은 한·미 원자력 동맹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유럽, 중동 등에 신규 원전을 10기 이상 수주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를 통해 창출 가능한 일자리는 10만개로 추산했다.
윤 당선인은 탄소중립을 위해 탈석탄만큼은 이전 정부보다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60%대에서 임기 내 40%대로 낮추고, 석탄발전소 가동 상한도 80%에서 50%로 낮추기로 했다. 석탄의 빈자리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채우게 된다. 안 전 당선인 역시 원자력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믹스를 통해 에너지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방안 내놓은 바 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해야 한다고 못박은 문재인 정부의 2030 NDC는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인이 "신념이 아닌 과학기술과 데이터에 기반을 둔 실현 가능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2050 탄소중립 달성방안을 수립 및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다, 안 전 후보도 2030 NDC 재조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산업계는 탄소감축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가운데 지나치게 높은 목표치를 설정했다며 부담을 호소해왔다.
산업부를 '산업자원에너지부'로 개편하겠다는 안 전 후보의 공약이 실현될지도 에너지 업계의 관심사다. 안 전 후보는 부처 확대를 통해 산업과 에너지 융합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