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시스템(272210) 등 한화 그룹 내 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스페이스 허브’가 7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스페이스 허브를 필두로 한화 그룹은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2021년 3월 7일 출범한 스페이스 허브는 국내외에서 활발한 인수합병(M&A)·지분 투자 등을 통해 우주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구성된 스페이스 허브는 발사체, 위성 등 제작 분야와 통신 등 서비스 분야로 나눠 연구 및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오너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사장이 팀장을 맡으며 주목을 받았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1에 참가한 한화의 스페이스 허브 통합 전시관. 왼쪽부터 한화시스템 통신위성, 한화시스템 초소형SAR, 쎄트렉아이 광학위성. /한화 제공

스페이스 허브에 참여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한화가 우주사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성해 다양한 자체 사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화그룹의 방산 중간지주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 엔진을, 자회사인 한화시스템(272210)쎄트렉아이(099320)는 위성체 제조와 지상체 제작 및 운용을 맡았다. 고체연료 부스터는 ㈜한화(000880)가, 발사대는 한화디펜스가 중점적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외부기관과도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국내 최대 규모의 우주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첫 프로젝트로 저궤도 위성의 위성 간 통신기술인 ISL(Inter Satellite Links)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는 한화가 추진하는 위성통신 및 에어 모빌리티(UAM·도심항공교통)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9월엔 대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6개 정부출연 연구소와 우주 현지 자원 활용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화시스템은 글로벌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한화시스템은 저궤도 위성 통신의 선두주자인 영국 우주인터넷 기업 ‘원앱(OneWeb)’에 3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이사회에 합류했다. 향후 국내 기술로 만든 초소형 합성개구면레이더(SAR) 위성을 앞세워 우주 인터넷망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 UAM(도심항공교통)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 업체 오버에어의 지분 30%를 인수한 데 이어 3000만달러 규모 전환사채(CB)를 취득하기도 했다.

스페이스 허브는 쎄트렉아이를 지원해 세계 최고 해상도의 상용 지구관측 위성 ‘스페이스아이-티’ 개발에도 나섰다. 발사 목표 시기는 2024년으로, 스페이스 허브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방침이다. 쎄트렉아이는 우리나라 최초 인공위성인 ‘우리별 위성’을 개발한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 연구원들이 1999년 설립한 기업이다. 지난해 1089억원을 쎄트렉아이에 투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쎄트렉아이 지분 20%와 향후 지분으로 전환 가능한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누리호 75톤(t) 액체로켓 엔진(왼쪽)과 스페이스 허브 팀장을 맡고 있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한화 제공

스페이스 허브가 우주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선점에 나설 수 있는 배경으론 팀장인 김 사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출범 당시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엔지니어들과 함께 우주로 가는 지름길을 찾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사장은 올해 미국 CES에 우주산업 관련 전시관이 처음 마련되자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스페이스 허브는 점차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는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참여해 지난해 10월 1차 발사를 마치고, 오는 6월 2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주산업은 지금 당장은 수익을 남기긴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동력이 될 만한 분야를 발굴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