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제유가가 장 중 13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유업계가 막대한 재고 평가이익을 누리게 됐다. 유가가 낮을 때 사들였던 원유를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보통 4개월분 이상의 원유 재고를 비축하고 있어 최근처럼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시기에는 재고 평가이익 폭이 더 커진다.

정유업계의 해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도 계속 오르고 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이다. 정제마진 기준 손익분기점은 보통 4달러 정도로 알려졌는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 2월부터 배럴당 7∼10달러 선을 오가며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재고 평가이익과 정제마진 상승으로 국내 정유업체는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은 SK이노베이션(096770)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정유 부문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전년 동기보다 78% 상승한 89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쓰오일(S-Oil(010950))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6% 상승한 85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국제유가 급등이 정유업계에 반드시 호재가 되지는 않는다는 전망도 있다. 고유가가 계속되면 글로벌 경기침체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유가 상승분을 제품에 반영하기 어려워 수익에 악영향을 준다. 실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던 2012년에 국내 정유사들은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국제 유가는 계속 올랐지만 수요 감소로 정제마진이 하락했다. 2015년에는 반대로 국제유가는 떨어지고 정제마진이 배럴당 6~8달러를 유지하면서 정유4사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수준, 정제마진은 6~7달러 선을 유지하는 것이 영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며 “유가 강세가 정유사의 재고 평가이익에는 반영되겠지만, 이런 식의 수익성 개선이 반갑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