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하는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 가격까지 덩달아 급등하면서 조선사들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제철용 원료탄은 지난 3일 동호주 항구 기준(FOB) 톤(t)당 482.3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전년 동기보다 286.8% 뛰었고, 올해 초보다도 34.1% 올랐다. 철광석 가격 역시 지난 4일 기준 t당 152.4달러로 연초보다 24% 올랐다. 고철 가격도 이달 들어 생철 기준 70만원선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2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면서 가격 오름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월 28일 오전 경남 거제시 조선소 전경. /연합뉴스

철광석 가격 급등에 따라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 가격도 치솟고 있다. 후판 가격은 이미 지난해에만 톤(t)당 60만원대에서 110만원대까지 2배 가까이 올랐다. 후판 가격은 통상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조선사들은 수백억~수천억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은 1조3848억원, 삼성중공업(010140)은 1조3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도 1조3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사손실충당금이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미리 잡아놓은 것을 말하는데, 조선사들은 작년 상반기부터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자 1조원에 가까운 충당금을 쌓아뒀다.

철강사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올해도 후판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POSCO) 등 철강사들은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 조선사들에 t당 5만원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는 조선사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후판 가격 동결을 주장했지만, 최근 선박 수주가 늘어난 만큼 철강사들이 협상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사들은 현재 건조 중인 선박들이 선가가 낮았던 1~2년 전에 수주한 물량인 만큼, 후판 인상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철강사들은 철광석 뿐 아니라 석탄 가격까지 오르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오래 전 조선업 불황 당시 수년간 후판 가격을 동결했다”며 “이번 가격 인상은 가격 정상화 차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