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며 감사 선임 안건을 주주제안하면서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SM엔터 총괄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를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서 오비맥주 매각을 이끈 이창환 대표가 지난해 설립한 자산운용사다.
4일 엔터테인먼트업계 등에 따르면 SM엔터는 2000년 코스닥 상장 후 처음으로 보통주 1주당 2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동안 SM엔터는 배당이나 지배구조와 관련해 여러 차례 주주 제안을 받았으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얼라인파트너스가 31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감사 선임 주주 제안을 하며 표 대결을 앞두게 되자 주주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의 지분 0.91%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주주의 위임을 받아 3%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 1일엔 이 총괄 프로듀서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 맺은 인세 계약이 부당하다며 해지하라는 주주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SM엔터 주주들은 회사의 가치가 심하게 저평가돼있다고 주장한다. SM엔터는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이 속한 하이브(352820)와 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했다. 그러나 3일 종가 기준 SM엔터의 시가총액은 약 1조7000억원으로 하이브(약 11조5000억원)의 7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 이는 음반판매량이 SM엔터의 약 3분의 1, 매출은 4분의 1 수준인 JYP엔터와 비슷한 규모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이 케이팝 선도기업으로서의 위상이나 훌륭한 사업적 성과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사업가치(EV) 기준으로 보면 JYP엔터보다 오히려 낮게 평가받고 있으며 영업이익(EBIT) 배수로 보면 JYP엔터(23.2배)의 절반 수준(11.8배)”이라고 말했다. EV는 시가총액에서 순차입금(차입금-현금자산)을 더한 값, EBIT는 이자 비용·세금·감가상각비용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을 의미한다.
1995년 이 프로듀서가 설립한 SM엔터는 국내 대형 엔터 기업 중에서도 오너 색채가 강한 곳으로 유명하다. 사실상 SM엔터를 시작으로 K-팝 기획사 개념이 정립됐고, 이 프로듀서는 직원들로부터 ‘이수만 선생님’ 혹은 ‘이수만 회장님’으로 불리면서 26여년 간 오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 측면에서는 ‘오너 리스크’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일부 주주들의 불만이다. 오너 리스크 중 하나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돼 온 라이크기획이 있다. 라이크기획은 이 프로듀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회사인데, SM엔터 연간 영업이익의 최대 46%를 가져가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었다. 명목은 프로듀싱 용역인데, SM엔터는 2000년에 상장한 이후 2021년 3분기까지 총 1427억원, 2021년에는 3분기까지 181억원을 라이크기획에 인세로 지급했다. 이에 KB자산운용은 2019년에 공개적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러 차례 횡령·탈세 혐의를 받은 이 프로듀서는 2010년 등기임원에서 물러났으나, SM엔터 이사진에는 여전히 이 프로듀서의 친인척 등이 배치돼 있어 입김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 제안한 감사 자리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듀서의 최측근인 동시에 재무 경험이 부재한 인물이 장기간 감사를 맡아오면서 SM엔터는 이사회 감시·견제 기능이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6년 3월 선임된 이후 6년째 감사 자리를 맡고 있는 이강복 감사는 CJ(001040) 글로벌BU 부사장 출신으로, 이 프로듀서와 서울대 동문이자 한국문화산업포럼 공동대표를 함께 지냈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방시혁 하이브 창립자는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고, 박진영 JYP엔터 이사 역시 집단 프로듀싱 체제를 도입하고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를 설치했다”면서 “이수만 프로듀서의 강한 오너십은 SM엔터를 업계 선두로 이끌었지만, 동시에 기업 경영을 흔드는 오너 리스크로 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