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수소 항공기 상용화를 앞두고 대한항공(003490)이 선제적으로 수소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대한항공은 이미 친환경 여객기·연료 도입으로 탄소 배출 절감을 실천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 제로(Net Zero)’에도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에어버스, 에어리퀴드코리아와 함께 항공업계·공항 내 수소 공급 및 인프라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에어버스가 2035년 수소 연료로 비행하는 항공기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에 발맞추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수소 항공기 운항에 대비해 지상조업·정비·운항 등 항공기 운항 관련 체계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다른 산업군보다 수소 도입은 늦었지만, 이번 협력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수소 공급 및 인프라 체계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B737-8 항공기 1호기가 지난 2월 13일 김포공항에 착륙하고 있는 모습. B737-8 항공기는 기존 동급 항공기 대비 15% 이상 연료를 절감할 수 있고, 좌석 운항 비용도 12% 줄일 수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수소 항공기 도입을 준비하는 것은 탄소중립 항공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글로벌 항공사 모임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해 총회에서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하기로 결의했다. 대한항공도 IATA 회원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20년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 소비자 72%가 항공업계도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며 “글로벌 흐름에 맞춰 승객에게 보다 환경 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우선 연료 효율이 높은 친환경 여객기를 도입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기체의 50%가 탄소 복합 소재로 돼 있는 보잉사의 B787-9 드림라이너 여객기 10대를 운용하고 있다. B787-9는 동급 기종 대비 좌석당 연료 효율이 높은 20~25% 높다. 연료 효율이 높다는 것은 연료 사용량이 줄어 탄소 배출도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동급 기종 대비 탄소 배출이 25% 적은 에어버스사의 A220-300 여객기 10대도 수년 전 도입됐다.

대한항공이 지난달 1호기를 도입한 B737-8 항공기도 친환경 여객기로 꼽힌다. B737 맥스로 알려진 737-8 항공기는 기존 동급 항공기 대비 15% 이상 연료를 절감할 수 있고, 좌석 운항 비용도 12% 줄일 수 있다. 기존 737 NG(Next Generation) 항공기보다 13%가량 탄소 배출량도 적다. 대한항공은 올해 총 6대의 B737-8 여객기를 도입하는 등 장기적으로 연료 효율이 높은 기단을 꾸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직접 친환경 항공기 기술을 개발하는 글로벌 항공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에어버스의 A320 기단에 장착되는 날개부품 ‘샤크렛(Sharklet)’을 대한항공이 제작하고 있다. 샤크렛은 공기 날개 끝에 부착하는 윙렛(Winglet) 구조물로 날개 끝부분의 항력을 줄여 연료 효율을 4%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까지 누적 3000대를 에어버스에 납품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자체 제작하고 있는 날개부품 ‘샤크렛(Sharklet).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사용도 늘리고 있다. SAF는 동물성·식물성 기름, 해조류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들어진 항공유를 말한다.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이 2~5배 비싸지만,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SAF를 프랑스 파리~인천 노선을 운행하는 여객기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선 정기편에 SAF를 도입한 것은 대한항공이 국내 최초다.

대한항공은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등 정유사와도 협력을 맺고 SAF 활성화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에는 SAF 생산시설과 공급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SAF의 원활한 공급이 필수인 만큼, 대한항공은 정유사들과 함께 규격 제품 생산과 상용화를 위한 연구 및 조사, 공항 내 급유 인프라 구축, 관련 정책 대응 등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른 국내외 운항 노선에도 SAF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양한 부문에서 탄소 감축 및 기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등 ESG 경영에 힘써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