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태양광 셀·모듈(태양광 패널)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국내에선 사실상 한화(000880)가 마지막 태양광 패널 사업자로 남게 됐다. 중국 업체들이 값싼 전기료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국내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기술력 확보도 실패하며 태양광에서 손을 떼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확대 추세로 태양광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주도권을 모두 중국에 넘겨주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오는 6월 30일자로 태양광 패널 사업을 종료한다. LG전자는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한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노력했으나 물량 싸움이 치열하고 앞으로도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는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제품으로 태양광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상황에서 더이상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26년을 이어온 휴대전화 사업도 철수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구하는 LG(003550)가 태양광 사업을 철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최근까지 미국 태양광 시장에 공을 들였던 터라 이번 사업 철수 결정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LG전자는 2019년 미국 앨라배마 주 헌츠빌에 있는 LG전자 북미서비스법인(LGEAI)의 물류 창고 건물을 개조해 태양광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투자금은 300억원에 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의 탄소중립·친환경 정책에 따라 미국 재생에너지 시장이 한국 기업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며 “LG전자는 한국 태양광 기업과 공동으로 현지 태양광 사업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했는데, 사업 철수를 결정해 아쉽다”고 했다.
LG전자의 사업 철수로 국내 태양광 패널 관련 대기업은 한화솔루션(009830)(한화큐셀)과 현대에너지솔루션만 남게 됐다. 국내 태양광 대표 업체인 OCI(456040)는 2020년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접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잉곳·웨이퍼를 생산했던 웅진에너지도 실적 악화로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일부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은 중국산 셀을 모듈로 단순 조립만해 중국산과 단가를 맞추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의 시장 점유율은 미미해 사실상 한화큐셀만 태양광을 주력 사업으로 밀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큐셀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국내 셀 생산 1위 기업이지만, 연간 태양광 셀 생산규모는 10GW(기가와트)로 글로벌 셀 시장 1위 중국 통웨이(연간 21.4GW)의 절반 수준이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셀 시장점유율은 83%로 한국(6%)의 14배에 달한다.
한화는 태양광 부문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한화큐셀의 주식 210만4082주를 3702억123만4633원에 취득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도 유상증자로 2843억원을 투입했다.
지속되는 투자에도 한화큐셀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328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영업손실이 1530억원에 달하는데, 3분기 대비 적자 규모가 59% 가량 늘었다. 한화는 올해도 한화큐셀의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한화그룹의 1순위 승계자로 꼽히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가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사업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를 우수한 기술력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이 기술 투자에도 적극 나서면서 기술력 격차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한화큐셀 등 국내 업체들은 미국 태양광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중국 태양광 제품의 미국 수출이 제한을 받고 있어서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태양광 제품에 세금을 돌려주는 내용이 포함된 ‘더 나은 재건법(Build Back Better Act)’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에 생산 라인을 갖춘 국내 업체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해 상원에서 합의가 불발되거나 예산 규모를 줄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또 중국의 제품 없이 태양광 발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미국 역시 중국 업체에 시장을 열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생산해서 팔면 팔수록 손해는 보는 구조인데 LG전자도 언제까지 미국 시장만 바라볼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결국 태양광 시장 패권을 중국에 넘겨줘야 하는 상황인데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로 태양광 사업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