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때문에 뭐든 새롭게 시도하는 게 어렵다'고 말하는 기존 시니어 광고 메시지를 '우리 나이에도 바꾸고 싶은 게 많지'라는 문구로 재구성했더니 제품 호감도와 구매 의향이 10~20%가량 상승했습니다. 강력한 소비 주체로 부상한 시니어 소비자, 이른바 A세대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나이에 상관 없이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자기 주도적으로 결정하며 실행하고자 하는 욕구와 특성이 있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글로벌 독립광고회사 TBWA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시니어랩 총괄 박혜진(42) 브랜드전략팀장(국장)은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연구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팀장은 2004년 웰콤 퍼블리시스 월드와이드에 입사해 TBWA코리아와 제일기획을 거친 후, 2015년 다시 TBWA코리아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브랜드 전략 전문가다. 브랜드 컨설팅 대표작으론 KCC프리미엄 창호 클렌체, CJ제일제당 더비비고, 오비맥주 슬로건 'Feel Good Today' 등이 있다.

17일 서울 강남구 글로벌 독립광고회사 TBWA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시니어랩 총괄 박혜진 브랜드전략팀장(국장). /정민하 기자

박 팀장이 총괄하고 있는 TBWA 시니어랩은 2020년 12월 출범했다.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하는 가운데 시니어 세대가 높은 구매력을 가졌음에도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최근 3~4년간 모두가 MZ(1980년~2000년대생)세대에 주목하는 동안, 돈과 시간의 여유가 있는 시니어 세대가 강력한 소비 주체로 부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니어랩은 직접 광고를 제작해 분석하는 등 광고회사 특성을 살려 기업들에 실용적인 시니어 마케팅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시니어랩은 조사전문기관 한국리서치 미래트렌드연구소와 함께 50~69세 소비자들을 'A세대'로 새롭게 정의했다. 박 팀장은 "A세대는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고,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하며, 오피니언 리더로서 주변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등 기존 실버 세대와는 다른 '에이스'적 면모를 보이는 50~69세 소비자들을 의미한다"면서 "이들 A세대는 X, Y, Z세대만큼 광고를 보고 제품 구매를 고려하는 광고 수용도가 높고, 풍부한 돈과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역동적인 소비성향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A세대의 특성은 크게 7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나이를 초월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고 싶은 욕구(Ageless) ▲가치 있는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욕구(Accomplished)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은 욕구(Autonomous) ▲자연스럽고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은 욕구(Attractive in my own way) ▲생기 가득한 삶을 살고 싶은 욕구(Alive) ▲경험을 인정받고, 사회적으로 존경·존중받고 싶은 욕구(Admired) ▲성숙하고 수준 높은 나만의 취향을 가지고 싶은 욕구(Advanced) 등이다.

TBWA코리아 제공

박 팀장은 "그동안 고연령층을 규정하는 많은 개념이 나왔지만, 정작 그들의 욕구가 타 세대와 비교할 때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추상적이거나 피상적인 분석에 그치다 보니 시니어를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가 제대로 마케팅되지 못하는 결과가 종종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7가지 키워드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A세대는 5060 세대의 47%가량으로, 이를 반영해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 시니어 타깃들은 그 브랜드를 더욱 공감하게 되고, 구매의향도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집단심층면접조사(FGD) 등 실제 연구를 통해 들여다본 A세대는 MZ세대 못지않게 '스마트 라이프'를 즐기고, 환경·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코로나 시대에 MZ세대가 아닌 A세대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을 빠르게 증가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보기부터 패션, 인테리어 소품, 명품 쇼핑까지 모바일로 하는 트렌드가 시니어들에게도 자연스러워졌다"면서 "코로나 시대에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단백질 음료·건강기능식품 등에도 시니어 세대가 관심을 갖고 있어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주요 소비자층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