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항공 화물 유류할증료가 치솟고 있다. 연말 성수기를 지나면서 화물 운임이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유류 할증료가 1년 사이 5.7배까지 오르면서 하락분을 상쇄하는 모양새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이달 16일부터 오는 3월 15일까지 국제선 항공 화물 유류할증료로 ㎏당 장거리 570원, 중거리 540원, 단거리는 510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작년 2월까지만 해도 유류할증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다 유가가 반등하기 시작한 작년 3월 ㎏당 장거리 100원, 중거리 90원, 단거리 90원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했다. 이후 지난 1년 동안 유류할증료는 5.7배(장거리 기준)로 늘었다. 아시아나항공(020560) 역시 현재 유류할증료로 ㎏당 장거리 570원, 중거리 540원, 단거리 510원을 부과하고 있다.

대한항공 여객기에 화물이 탑재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화물뿐아니라 여객 운임에 붙는 유류할증료도 치솟는 중이다. 오는 3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이번 달보다 4계단 상승한 10단계가 적용된다. 2016년 7월 유류할증료에 거리 비례구간제가 적용된 이후 10단계가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편도 기준 거리 비례별로 1만8000원~13만8200원이 부과된다. 이달 1만800원~8만400원이 부과된 것과 비교하면 최대 부과 금액 기준으로 약 72% 오른 셈이다. 국내선에서도 유류할증료가 2월 5500원에서 3월 8800원으로 60% 인상된다. 유류할증료가 오르면 소비자들이 항공권을 구매할 때 내는 운임 총액도 오른다.

유류할증료가 오르는 이유는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어서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항공유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올해 1월 싱가포르 항공유 현물 시장가는 갤런(1갤런=3.785L)당 2.28달러다. 1.38달러였던 작년 1월 대비 약 65% 높다. 통상 장거리 노선의 경우 갤런당 1.4달러부터 유류할증료 30원을 부과해 10센트당 70원씩 높아지는 구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긴장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는 당분간 고공행진을 지속할 전망이다. CNBC는 전날 전문가를 인용해 국제 유가가 최악의 경우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말 성수기를 지나면서 항공 화물 운임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아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홍콩 TAC 인덱스에 따르면 발틱항공화물운임지수(BAI)는 지난 14일 3658포인트를 기록했다. 최고점을 찍었던 작년 12월 말(5254포인트) 대비 30%가량 떨어졌지만, 지난해 2월 22일(2619포인트)에 비하면 여전히 약 40% 높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항공 화물 절반가량이 여객기 화물칸을 통해 옮겨지는 만큼, 여객 수요부터 회복돼야 화물 운임이 평년 수준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기업들은 울상이다. 아직 글로벌 항만 적체 현상이 해소되지 않은 탓에 해운 시장의 상황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미국 서부행 해상 수출 컨테이너의 2TEU(40피트 컨테이너 1대)당 평균 신고운임은 1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27% 올랐다. 유럽행 수출 운임도 같은 기간 237% 오른 1276만원으로 집계됐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화물 운임 인상분을 판매가에 반영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주변 수출기업들도 사실상 자포자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운임, 고유가가 이제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