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헝가리 정부로부터 약 4000억원의 공장 설립 보조금을 받게 됐다. 지난해 11월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헝가리를 방문해 총리와 외교통상부 장관을 잇달아 만나면서 대규모 지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헝가리 외교부는 최근 배터리 기업 보조금 계획을 발표하고 SK온에 1048억5692만포린트(약 4015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헝가리 당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그린필드투자 보조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린필드투자는 해외 기업이 헝가리 현지에 직접 진출해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헝가리 정부는 SK온의 이반치 공장에 763억6198만포린트(약 2924억원)를, 코마롬 공장에 284억9494만포린트(약 1091억원)를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헝가리 정부는 SK온의 두 공장에서 수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온도 헝가리 정부에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헝가리 정부는 이와 별도로 SK온 공장이 들어서는 이반치 지역의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지난해 6월 500억포린트(약 1915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예산은 도로, 철도 등을 건설하는 데 쓰인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피테르 씨야르토(Peter Szijjarto) 헝가리 외교통상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SK온은 헝가리 코마롬 지역에 제1·2 공장(총 17.3GWh)을 건설한 데 이어 올 초 이반치에 제3공장(30GWh) 건설을 시작했다. 연내 3공장이 완공되면 유럽 내 배터리 연간 생산량은 47GWh로 늘어난다.

SK온에 대한 헝가리 정부 지원금은 지난해 12월 확정돼 이달 발표됐다. 헝가리 정부와 SK온은 지난해 12월 22일 지원금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최태원 회장이 헝가리를 방문한 지 한달여 만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민간 경제외교 활동이 헝가리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지원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일 최 회장은 헝가리로 날아가 유럽을 국빈 방문 중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순방단과 합류했다. 이후 헝가리 외교부 장관 및 상의회장을 면담하고 한국·비세그라드 그룹(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최 회장은 현지 해외 기업 보조금을 총괄하는 피테르 씨야르토(Péter Szijjártó)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고 한국 기업의 현지 경제활동을 위한 헝가리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최 회장은 헝가리 출장 당시 코마롬에 위치한 SK온의 배터리 공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SK의 헝가리 투자는 현지에서 가장 성공한 해외 기업 유치로 평가받기 때문에 헝가리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는 것”이라며 “특히 최 회장이 지난해 현지를 방문하면서 민간 경제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SK온의 헝가리 제2 공장 전경./SK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