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만들기 위해 거대한 설비가 필요한 제지업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후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한솔페이퍼텍 제공

16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한솔페이퍼텍 전남 담양군 공장에서 운송 작업을 담당하던 연료공급업체 직원 A씨가 고형연료를 하차하는 작업을 하던 중 트럭이 전복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솔페이퍼텍은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는 포장재 전문기업으로, 국내 1위 제지업체 한솔제지(213500) 등이 속한 한솔그룹의 주요 계열사다.

한솔페이퍼텍의 소속 임직원 수는 총 131명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되는 50인 이상인 사업장에 해당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사고 조사 결과 "중대재해법을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A씨가 속한 업체가 한솔페이퍼텍과 직접 하도급 등의 관계나 계속적 계약 관계에 있지 않고, 트럭 전복 과정에서 한솔페이퍼텍의 시설물이나 사업장 안전조치 미비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신대양제지(016590)에서도 최근 2개월 동안 계열사에서 두 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1일 신대양제지 자회사인 광신판지 경기 안산시 공장에서 일하던 40대 직원이 상자 생산가공 기계 아래에 떨어진 박스를 꺼내려다 인쇄기 로봇 리프트에 끼어 사망했다. 해당 설비엔 비상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엔 신대양제지 손자회사인 대양판지 전남 장성군 공장에서 38세 직원이 비슷한 사고를 당해 갈비뼈와 폐가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

신대양제지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연달아 발생한 사고를 계기로 과거 사망 사고까지 드러나며 당국의 집중관리 대상에 올랐다. 대양그룹 창업 2세인 권택환 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갑작스럽게 퇴임했다. 창업주인 권혁홍 회장(81)과 장남인 권 사장, 그리고 전문경영인(CEO) 이상천 전무 등 3인이 각자 대표를 맡았었는데, 고령의 창업주가 아닌 1975년생 젊은 후계자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대양그룹 창업 2세인 권택환 사장. /SK C&C 제공

신대양제지는 대양그룹의 주력사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개인 최대 주주는 권 회장(지분율 15.86%)이다. 권 사장(13.75%)은 2대 주주인데, 개인회사인 신대한판지(8.74%) 몫까지 합하면 22.47%로 지분이 가장 많다. 이 때문에 권 사장이 갑자기 물러난 것은 중대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경영진을 징역 1년 이상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할 수 있는 중대재해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지산업은 거대한 설비로 구성된 장치산업이어서 재해가 발생하면 사망이나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전국 주요 제지사업장 안전관리자들이 참여한 제지·펄프 안전보건대회 여는 등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