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POSCO)그룹의 지주회사 본점 소재지를 놓고 경북 포항시와 포스코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포항시는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의 본점 소재지도 포항시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포스코그룹은 지주회사는 현재 서울에 있는 전략부문이 분리되는 것이라 기존과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다음달 2일부터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와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로 나뉜다. 포스코홀딩스의 본점 소재지는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440 포스코센터'이고, 포스코의 본점 소재지는 기존과 같은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안로 6261′이다. 임시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안이 참여율 75.6%, 찬성율 89.2%로 통과하면서 확정됐다.
하지만 포항시와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포항시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포스코지주사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30만명을 목표로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 반대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등 대선후보들도 포스코홀딩스를 포항에 둬야 한다는 주장을 거들고 나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이 임시 주총까지는 경제문제였다면, 이제 정치문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포항시는 세수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최근 10년간(2011~2020년) 포항시의 연평균 지방세수 3346억원 가운데 포스코가 납부한 금액은 455억원(13.6%)이다.
포스코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과 지방세 납부 규모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가장 비중이 큰 지방소득세 법인세분의 경우 법인세 10%를 사업장 종업원 수와 건축물 연면적으로 나눠 납부한다. 포항제철소의 직원 수와 연면적이 달라지지 않아 지방소득세 법인세분의 산정기준은 현재와 동일하다는 게 포스코그룹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낸 만큼 올해 납부하는 지방소득세 법인세분은 크게 늘 전망이다. 자산 이전 과정에서 포스코가 납부해야 할 취득세도 약 400억원으로 추산됐다.
신규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들은 전날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과 경북지역 영향'이라는 소보고서를 통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철강분야에 대한 규모 축소 등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포스코홀딩스 본사가 서울에 소재하면 포항에 수소분야나 원자재(니켈, 리듐 등) 관련 신규법인을 설립할 가능성이 작다"고 주장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전환 등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은 "포스코는 여전히 포스코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앞으로도 철강산업에 있어 글로벌 최고의 경쟁력을 지속해서 유지하고자 끊임없이 투자를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이차전지 소재나 수소와 관련된 사업장은 포항, 광양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철강사업뿐만 아니라 파크1538과 스페이스워크 등 포항의 관광명소를 만들어 관광산업 육성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서울 포스코센터 18층에 둥지를 튼 미래기술연구원도 쟁점이다. 미래기술연구원은 포스코그룹이 인공지능(AI), 이차전지소재, 수소·저탄소에너지 분야를 중점 연구·개발(R&D)하기 위해 설립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포스코홀딩스와 미래기술연구원을 서울에 설립하면 석·박사급 고급일자리 334명, 일반일자리 200명, 연구활동으로 인한 연관업종의 일자리 1050명, 연관산업 일자리 160명 등이 수도권에서 창출된다"고 했다. 경북과 포항 입장에선 고급 일자리를 뺏긴다는 취지다.
포스코는 미래기술연구원을 서울에 설립한 데 대해 "우수한 과학자 영입을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AI를 비롯한 이공계열 주요 인력을 수도권 밖에서 수급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 등 다른 굴뚝산업 기업이 경기 판교나 용인 등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징성도 걸려있다. 포항시 등은 포스코가 1968년 설립한 이래 본점 소재지는 늘 포항제철소였는데, 사업회사가 남더라도 지주회사가 서울로 떠나면 상징성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포스코그룹이 포스코홀딩스 본점 소재지를 포항제철소에 두면, '철강회사' 꼬리표를 떼기 위해 진행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명분이 약해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철강사 이미지를 벗어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었다"며 "지주회사 본사 위치를 포항제철소로 두면 앞뒤가 안 맞게 된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이 포스홀딩스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다시 포항으로 바꿀 가능성은 작은 상황이다. 포스코그룹은 포항시 등과 오해를 잘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시와 포스코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포스코가 포항시를 떠난다는 식으로 잘못 알려진 것 같다"며 "사실 관계를 잘 설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