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방산업계에 호재가 이어졌던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올해 싱가포르 에어쇼에 참가해 수출을 꾀하는 등 본격적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1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이날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싱가포르 에어쇼에 참가한다. 싱가포르 에어쇼는 프랑스 파리 에어쇼, 영국 판버러 에어쇼와 함께 세계 3대 에어쇼 중 하나로 꼽힌다. 에어쇼엔 정부 및 군 고위급 대표단, 전 세계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체 최고 경영진이 참여해 활발한 수출 협상이 이뤄진다. KAI는 2020년에 열린 싱가포르 에어쇼에 경공격기 FA-50, 기본훈련기 KT-1, 기동헬기 수리온 등 수출 주력제품부터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 KF-21, 소형민수·무장헬기(LCH·LAH)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 들어 KAI는 적극적으로 수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개조한 경공격기 FA-50이 있다. KAI는 현재 말레이시아 경전투기 도입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사업규모는 9억6000만달러(약 1조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9년 말레이시아 왕립 공군에 FA-50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사업 진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KAI는 FA-50에 호감을 보이는 콜롬비아를 비롯한 중남미 시장을 대상으로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최근 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Ⅱ' 구매 계약을 맺은 아랍에미리트(UAE)와는 T-50 수출이 다시 논의하고 있다. UAE는 2008년에 이탈리아 기종의 훈련기를 도입하려다 무산됐는데,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한국산 훈련기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하메드 아프메드 알 보와르디 UAE 국방특임장관은 이달 중 방한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만약 T-50 수출이 성사되면, 국내 방위산업 사상 역대 최대였던 천궁-Ⅱ(약 4조원)를 뛰어넘는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후화된 훈련기를 교체하기 위해 UAE는 60대 정도를 구매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T-50으로 단순 계산하면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항공·정비(MRO), 조종사 훈련 등 계약을 포함하면 45억달러(약 5조390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KAI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58.6% 감소했고, 매출은 2조5623억원으로 9.3%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보다 26.7% 감소한 53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KAI의 매출 구성은 군수가 50%, 민수가 3분의 1, 나머지가 완제기 수출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주요 수출국인 동남아 국가의 국방예산이 감축됐고, 민수 부문에선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는 기존 수출 주력제품과 더불어 KAI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KF-21 시제기 비행 시험이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개발 사업은 F-4, F-5 등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목적으로 2015년에 시작됐다. 2028년까지 총 8조1000억원이 투입되며, 공동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인니)가 이 가운데 20%인 1조6000억원가량을 부담한다. KF-21은 2026년쯤 개발이 완료될 예정인데, 이후 2032년까지 120대를 생산할 계획으로 300대 이상 수출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출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당초 인도네시아는 어려운 경제 사정을 이유로 2017년 하반기부터 분담금 지급을 미뤄왔으나, 지난해 11월 분담금 일부를 현물로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KF-21 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일단락된 상태"라면서 "수출 목표인 300대를 달성하려면 인도네시아의 구매가 불가피한데, 최근 프랑스 라팔 전투기를 새로 구매하기로 하는 등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