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다."(민주노총 택배노조)

"택배노조가 회사 자료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왜곡한다."(CJ대한통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의 파업이 50일째 이어지고 있다. 택배노조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000120) 본사를 불법 점거한 지도 엿새째다. 가장 큰 쟁점은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오른 택배비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다. 택배노조는 택배비 인상에 따른 이윤을 CJ대한통운이 대부분 가져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CJ대한통운은 택배비의 절반가량을 택배기사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1년 택배 물동량을 고려할 때 택배기사 수수료 '1원'이 연간 10억원 이상의 비용을 결정하는 만큼 양측의 진실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19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CJ대한통운 가산 서브터미널에 작업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인상한 택배요금 327원이고, 이 가운데 분류비용(58원)과 사회보험비용(18원) 등 76원만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전날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의 4분기 택배요금이 1분기보다 227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CJ대한통운이 주장한 140원은 물론이고, 노동조합이 추정한 170원까지 훌쩍 뛰어넘은 수치"라고 했다. 이어 "여기에 올해 인상한 100원을 포함하면, CJ대한통운의 요금 인상액은 무려 327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가 주장하는 택배요금 인상액 327원은 CJ대한통운이 최근 발표한 '택배 ASP(평균판매단가)'가 근거다. 택배 ASP는 택배사업 매출을 처리한 택배 상자수로 나눈 값이다. CJ대한통운의 택배 ASP는 지난해 1분기 1999원에서 4분기 2226원으로 227원 올랐다. 택배노조는 여기에 CJ대한통운이 올해 소형 택배 기준 100원 인상하기로 한 것을 더해 327원이라는 숫자를 제시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가 택배 ASP를 오독했다고 반박했다. 택배사업 매출에는 배송비뿐만 아니라 상품포장 등 임가공비, 창고 임대사업, 상자 판매사업과 같은 부대사업 매출이 포함된 만큼, 택배 ASP와 택배비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택배비 인상분은 140원이고, 전체 택배비의 50%가량을 택배기사 배송·집화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노조가 택배 ASP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반해 회사가 많은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의 주장대로라면 지난해 CJ대한통운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중도 크게 늘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을 증거로 들었다. CJ대한통운 택배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2020년 1473억원에서 1983억원으로 34.6%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매출도 3조1564억원에서 3조5671억원으로 늘면서, 영업이익률은 4.7%에서 5.6%로 0.9%포인트만 올랐다.

올해 100원 인상도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는 게 CJ대한통운의 설명이다. 기업고객들과 물량 등을 토대로 택배비를 협상해야 하는 만큼 달라질 수 있는 숫자라는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협상 결과에 따라 올해 인상 목표가 실제 택배비에 얼마나 반영될지 알 수 없다"며 "지난해에도 택배비를 250원 올리려고 했지만 140원 인상에 그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서울시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업계에선 택배노조가 택배기사의 배송·집화 수수료 외에 다른 비용을 무시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택배노조가 터미널 운영비나 투자비,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분류인력을 투입한 비용 등 다른 택배 원가는 무시하고 있다"며 "택배기사가 택배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전부는 아니다"고 말했다.

양측의 택배비 관련 시각차는 좁혀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이 지난해 처리한 택배상자가 17억5600만개인 점을 고려하면, 택배기사의 건당 배송·집화 수수료 '1원'에 따라 연간 '17억원' 이상의 돈이 달라진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서울 도심집회나 촛불문화제를 열고, 오는 21일 우정사업본부(우체국), 한진(002320),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다른 민주노총 택배노조 조합원들의 파업도 예고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의 교섭 상대가 각 대리점인 만큼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법 점거와 관련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택배노조를 경찰에 고소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도 요청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입장문을 통해 "불법과 폭력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다시 한번 정부에 요청한다"며 "폭력과 불법은 어떤 경우에도 합리화될 수 없으며, 불법을 외면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