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에 진출해 이름을 알린 버추얼 인플루언서(가상 유명인)들이 엔터사와 손잡고 가요계까지 진출하는 등 팬덤 기반을 기반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15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최근 광고계를 휩쓴 가상 인간 로지(Rozy)는 이날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처음 발매하는 음원의 티저 이미지와 영상을 공개했다. 로지는 오는 22일 12시 첫 번째 싱글 ‘후 엠 아이(WHO AM I)’로 가요계에 데뷔할 예정인데, 볼빨간사춘기의 앨범 프로듀싱을 맡았던 ‘바닐라맨’ 정재원이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2022년 2월 22일이라는 로지의 데뷔 날짜는 ‘영원히 늙지 않는 22살’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다.

로지(Rozy)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데뷔곡 티저 이미지. 시각특수효과(VFX) 기업 로커스의 자회사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가 만든 가상 인간 로지는 11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인스타그램 캡처

시각특수효과(VFX) 기업 로커스의 자회사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가 만든 가상 인간 로지는 11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선호하는 외모와 세계여행·요가·에코라이프 등 취미를 갖춘 것으로 설정됐다. 국내 최초 가상 인간 TV 모델로 신한라이프 광고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고, 지난해에만 15억원 이상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광고에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가상 인간이 유명 엔터사와 협업을 통해 잇달아 가수 데뷔를 꾀하고 있다. 한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K팝 아이돌처럼 규모 있는 팬덤이 생기면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해 더 다양한 수익 활동이 가능하다”면서 “가상 인간을 제작한 기업들이 대부분 VFX·게임 개발 업체다 보니, 팬덤을 바탕으로 영업 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전문 엔터사의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임사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가상 인간 한유아는 대형 엔터사와 손을 잡았다. 최근 YG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계열 모델·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인 YG케이플러스와 전속 계약을 맺고, 소속 아티스트로서 방송· 유튜브· 공연· 광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한유아는 이달 말 음원 발매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이에 빅뱅·블랙핑크 등이 소속된 YG엔터와 협업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LG전자(066570)의 ‘김래아’는 미스틱스토리와 뮤지션 데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미스틱스토리의 대표 프로듀서인 윤종신이 노래는 물론 목소리까지 직접 프로듀싱할 예정으로, 김래아는 올해 말 첫 번째 데뷔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LG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구현한 가상인간 김래아는 지난해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가전 전시회 CES 2021에 깜짝 등장하며 얼굴을 알렸다.

YG케이플러스와 전속 계약을 맺은 스마일게이트의 가상 인간 한유아(위)와 미스틱스토리의 대표 프로듀서인 윤종신의 프로듀싱으로 데뷔할 예정인 LG전자의 가상 인간 김래아. /스마일게이트 LG전자 제공

업계에서는 가상 인간이 사람이 갖는 한계(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람과 달리 아프거나 늙지 않아 활동 기간이 긴 데다, 사생활 논란에 휘말려 광고 등 활동이 중단될 위험도 적다는 것이다. 시장 규모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가상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에 약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간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13조원)를 추월하는 수치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1998년 국내 최초 사이버 가수 아담과 류시아 때와 달리 최근 가상 인간은 기술의 발달로 외적으로 사람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라면서 “아직 초기 단계지만, 예상보다 대중의 호응도가 높아 미래엔 가상 인간이 실제 인간 K팝 아이돌과 경쟁하는 날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