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가 2년 만에 한진칼(180640)에 주주제안을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KCGI 측 지분이 조 회장 측 지분보다 많지만, 산업은행이 조 회장 편에 서고 있는 한 경영권 분쟁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재계에선 KCGI가 보유 지분을 팔기 위해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KCGI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변경과 독립적인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KCGI가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한 것은 경영권 분쟁이 극에 달했던 2020년 주주총회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과 '3자연합'을 만들고 조 회장 해임을 노렸지만, 표결에서 패했다.

강성부 KCGI 대표. /조선DB

KCGI가 2년 만에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표 대결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 2020년 주주총회 때와는 달리 이번엔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0.50%를 보유하면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KCGI 측 한진칼 지분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을 포함해 약 37%다.

조 회장 측 지분은 약 32%로 KCGI 측보다 5%포인트(P)가량 적지만, 산업은행 지분을 합치면 40%가 넘는다. 산업은행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중립적 태도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통합을 꾀하는 상황에서 KCGI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게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020년 말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뒤 이듬해인 2021년 KCGI가 주주제안을 포기한 배경이기도 하다.

표 대결에서 이길 가능성이 적은 KCGI가 올해 다시 주주제안에 나선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KCGI가 전날 발표한 주주제안 내용은 앞서 2020년 주주총회에서도 안건에 올렸다가 부결된 '이사의 자격 기준 강화', '전자투표 도입' 등이었다. 사외이사 후보로 제안한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도 2020년 주주총회에서 과반이 넘는 반대로 선임되지 못했다.

재계에선 KCGI가 단계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경영권 개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진칼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배당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커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한진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펀드들의 만기도 줄줄이 다가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일가였던 조현아 전 부사장까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분을 팔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익도 명분도 없는 만큼 KCGI가 남아있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KCGI는 시장가격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보유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지분을 처분한다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 등으로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KCGI가 승리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진칼 입장에서는 서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향후 '3%룰'을 활용해 감사 자리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서 교수 선임을 적극적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개정된 상법에 따르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 또는 해임할 경우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일반주주의 의결권은 최대 3%로 제한된다. 한진칼 관계자는 KCGI의 주주제안과 관련해 "제안이 접수되면 절차에 따라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