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전 두산(000150)그룹 회장이 컨설팅업체를 설립하고 '인생 2막'을 설계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두 아들과 함께 두산그룹을 떠났다. 그는 당시 "이제부터는 그늘에 있는 사람을 더 돌보고 사회에 좋은 일을 하며 살아가기로 했다"며 사회 공헌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지난달 말 컨설팅 업체 '벨스트리트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사업 분류는 기타 금융투자업이며, 사업 목적은 ▲국내외 상장회사 및 비상장회사에 대한 경영자문 및 사업자문, 컨설팅업 ▲국내외 투자대상 기업 발굴 및 기 투자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한 자문 ▲개인투자조합, 벤처투자조합 및 합자조합의 운용 등이다. 벨스트리트에는 박 전 회장의 차남 박재원 전 두산중공업 상무도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박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옛 동대문미래재단)'과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다. 같이 걷는 길은 2015년에 박 전 회장이 사재 100억원을 출현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동대문 상권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출범했으나, 현재는 여러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박 전 회장이 지난해 두산을 떠나면서 사회공헌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벨스트리트파트너스를 통해 스타트업이나 사회적 기업의 성장을 돕는 액셀러레이터(창업 기획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직접 투자하거나 벤처캐피털 투자를 연계하는 사업이다. 기타 금융투자업으로 컨설팅 업체를 설립한 것을 보면 펀드를 조성해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아들인 박서원 전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전 상무와 함께 두산그룹을 떠나며 당분간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 소외계층에 대한 구호사업 등 사회 활동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박 전 회장은 과거 두산그룹을 이끌며 경영컨설팅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1996년 두산그룹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할 당시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에 경영진단 컨설팅 용역을 줬다. 이 컨설팅으로 두산그룹은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했다. 이후 경영 컨설팅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맥킨지 출신 인사를 잇달아 고위 임원으로 영입한 뒤 두산밥캣(241560)과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같은 핵심 계열사의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도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다.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자 BCG에 수익성 개선 컨설팅을 의뢰했다. 2020년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되자 BCG에 그룹 체질 개선을 위한 지속 가능 경영 전략 컨설팅을 받았다. 두산은 당시 김도원 BCG 서울 대표 파트너를 그룹포트폴리오 총괄 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벨스트리트파트너스에 합류한 차남 박 전 상무는 뉴욕대 졸업후 BCG에 근무했었다. 박 전 상무는 두산인프라코어 재직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벤처캐피탈 'D20′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두산그룹과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끈 노하우가 상당해 기업 외에 정치권, 지자체 등에서도 멘토링 요청을 많이 받는다"며 "본인의 장점을 살려 컨설팅 회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여러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