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000120) 본사를 무단 점거하자, CJ대한통운 측이 택배노조를 경찰에 고소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를 재물손괴, 업무방해,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11일 밝혔다. 택배노조 조합원 200여명은 전날 오전 11시 20분쯤부터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하고,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노조의 기습 점거 과정에서 8명이 다쳤다"며 "현재도 택배노조가 본사 1층과 3층을 점거하고 있어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출근을 자제하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11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CJ대한통운은 또 경찰에 본사에 대한 시설보호를 요청했고, 택배 허브터미널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입장문을 통해 "택배노조의 주장 등을 볼 때 집단폭력 및 불법점거가 다른 시설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전국 허브터미널 및 주요 인프라에 대한 시설보호요청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회사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불법행위를 엄단해 줄 것과 국민경제에 대한 피해가 더 확산하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명확하게 판단해 줄 것을 정부에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도 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에 대한 무관용 원칙도 다시 강조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는 파업 46일 동안 인내를 갖고 최소한의 대응만을 진행해 왔으나, 본사 점거 과정에서 노조의 불법폭력으로 임직원들이 부상을 입고 현장에서도 지속적인 불법과 폭력이 행해지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폭력행위는 물론 쟁의권 없이 파업하거나,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불법태업 행위 등에 가담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10일 오전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 점거하는 과정에서 유리문이 부서지는 모습.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라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국토교통부에서 현장점검 결과 사회적 합의 이행 정도가 '양호'하다고 결론 내렸으나, 택배 요금 인상분의 대부분을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요금 인상분의 절반가량이 택배기사 몫으로 배분되고 있다고 반박해왔다.

택배노조는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른바 '투쟁 채권'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노조가 채권을 발행하면 조합원이 이를 구매해 파업 중인 노조원의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CJ조합원 동지들의 터져 나오는 분노와 투쟁의지를 생계문제로 포기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전 조합원이 한 구좌 50만원 채권 구매에 나서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교섭 가능성도 줄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는 노조가 파업을 접고 현장에 복귀한 뒤 교섭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도 택배노조에 밀려 요구를 들어주면 앞으로 파업이 일상이 될 것이란 위기감이 크다"며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크다"고 말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택배기사 등이 활동하는 비노조 택배 연합회도 오는 13일 2차 집회를 예고했다. 택배노조의 파업 중단을 요구하고,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줄어든 근로시간을 다시 늘려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현직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인 김슬기 비노조 택배연합회 대표는 "집회를 통해 택배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할 것과 야간 근로를 다시 허용해 택배기사들이 늘어나는 물량만큼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