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쿄에 이어 올해 베이징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도 기업들의 마케팅이 사실상 실종됐다. 기존처럼 브랜드를 내세운 광고를 쏟아내지 않고 각국 대표 선수들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10일 광고업계 등에 따르면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005930)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현지 후원 활동 외엔 눈에 띄는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매번 1억달러(약 12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전 세계에서 오륜기 등 올림픽 관련 상표권을 활용해 독점적인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0여년간 올림픽을 후원하면서 TV나 자사 뉴스룸 등을 통해 올림픽을 활용한 광고를 적극적으로 집행해왔으나 이번에는 무선·컴퓨팅 분야 공식 후원사로서 기본적인 역할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플립3 베이징올림픽 에디션'을 출시해 베이징올림픽 참가 선수 전원에게 지급했고, 각국 주요 선수로 구성된 '삼성 갤럭시팀'을 결성했다. 삼성전자 관련 모든 소식을 소개하는 회사 뉴스룸 홈페이지에서도 베이징올림픽 게시물은 찾아볼 수 없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국내외 기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자동차와 TV 부문 공식 후원사인 도요타와 파나소닉은 일본 내에서 베이징올림픽 관련 TV 광고를 전혀 선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올림픽에서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한 미국 유통회사 프록터앤드갬블(P&G) 역시 별다른 광고를 내보내지 않았다. 스위스의 시계 브랜드인 오메가는 "(우리는) 후원사가 아닌 올림픽에서 공식적으로 기록을 측정하는 업체일 뿐"이라며 아예 선을 그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기업들이 마케팅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미국·중국의 갈등과 인권 문제에 대한 서방 국가의 보이콧 등이 꼽힌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호주·캐나다 등은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에 항의해 이번 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보험부문 공식 후원사인 알리안츠의 독일 본사 앞에서는 "베이징올림픽을 보이콧하라"는 시위가 열리는 등 국제 사회의 부정적인 여론 역시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 베이징올림픽 개막 이후 편파 판정 논란으로 반중(反中) 감정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더욱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 때도 한·일 갈등으로 보이콧까지 거론됐는데, 이와 유사한 상황이 2년 연속 벌어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도쿄올림픽 때에도 홍보자료를 한 건도 내지 않았다.
기업들은 홍보를 축소하는 대신 선수들 지원 및 응원에 힘을 쏟고 있다. 대한스키협회 회장사인 롯데그룹은 1위부터 6위까지 3억원에서 1000만원까지의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제네시스BBQ가 후원 중인 대한빙상경기연맹도 메달 수상자에게 줄 포상금을 준비했고, KB금융(105560)그룹은 봅슬레이, 피겨 등 총 5개 종목 10여명의 국가대표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국에 열리는 올림픽이라 흥행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개최국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더해지면서 과한 마케팅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면서 "후원은 지속하되 홍보 활동은 최소화하는 등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