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바다 위 정유 공장'이라 불리는 FPSO(부유식 원유 저장생산설비) 건조에 본격 착수했다. 2015년 영국에 마지막 FPSO 물량을 인도한 지 7년 만이다. 현대중공업은 한때 해양플랜트 일감이 없어 해양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공장 부지까지 매각한 바 있다. 최근 유가 반등과 함께 해양플랜트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수주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중공업은 브라질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에서 수주한 8500억원 상당의 FPSO 'P78′의 하부설비(Hull) 착공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수주한 뒤 설계와 준비 작업을 거쳐 지난 4일 착공식을 갖고 제작에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P78은 FPSO 전용 독(Dock·배를 만드는 건조장)인 'H도크'에서 만들어지며, 싱가포르에서 생산 중인 상부 설비와 조립해 오는 2025년 11월 브라질 동남부의 부지오스 유전에 설치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하는 P78은 길이 354.3m, 폭 34.3m, 높이 60m 규모의 대형 해양플랜트다. FPSO는 'Floating Production Storage Offloading'의 약자 그대로 심해 유전 지역 해상에 떠서(Floating) 원유를 추출해 끌어올린(Production) 뒤 전용 탱크에 저장했다가(Storage) 셔틀탱커와 같은 운반선에 원유를 넘겨주는(Offloading) 역할을 한다. P78이 부지오스 유전에서 상업 생산을 시작할 경우, 하루 18만배럴의 원유와 720만입방미터(㎥) 규모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최대 200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해양플랜트 일감이 거의 없었다.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2010년대 중반 들어 50달러 아래로 떨어진 탓이었다. 해양플랜트는 유가가 배럴당 최소 70달러 안팎은 유지돼야 수익성이 확보된다. 저유가 기조가 길어지면 글로벌 석유사들은 해양플랜트 발주를 중단한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해양플랜트는 2018년, 2019년 각각 1기씩 총 2기에 불과했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 방어동 해양플랜트 공장 가동을 준공 35년 만에 중단시켰고, 같은 해 8월 해양플랜트 온산공장(해양 2공장)을 에쓰오일에 매각하기도 했다. 또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해양플랜트 부문 직원 600명이 휴직에 들어가기도 했다.
침체됐던 해양플랜트 시장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국제 유가가 반등하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가 재개됐고, 해양플랜트 발주도 이어졌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P78을 비롯해 미국 등에서 18억달러(약 2조1500억원) 상당의 해양플랜트 3기를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P78 외 나머지 해양플랜트 2기도 설계가 완료되는 대로 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도 고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양플랜트 수주를 더 기대하는 모양새다. 지난 7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도 현재 카타르 노스필드, 베트남, 미국 멕시코만, 브라질 등에서 진행되는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 중이거나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유가가 점차 상승하며 해양 개발에 대한 수요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해양플랜트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