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전북 새만금 수상 태양광발전 사업이 대기업 특혜 시비와 사업자 선정 지연 등으로 장기 표류하고 있다. 전북, 군산 등 지역 경제계와 시민단체는 시행사인 현대글로벌의 특혜 문제를 주장하면서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5차례 유찰 끝에 사업자를 선정한 송·변전 설비 건설 공사는 최근 입찰 자격 문제로 시행사와 응찰 기업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지어질 새만금 수상 태양광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을 만큼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다. 당초 오는 4월 시운전 예정이었으나 특혜 시비 등이 계속 불거지면서 사업이 3년 째 지연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 345㎸ 송·변전 설비 건설 공사' 사업자로 선정된 대우건설(047040)컨소시엄은 최근 발주처인 새만금솔라파워로부터 사업자 부적격 통보를 받았다. 새만금솔라파워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현대글로벌이 각각 81%, 19%의 지분을 가진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새만금 태양광발전 사업의 주체다.
새만금솔라파워는 지역 업체 하도급 공사 비율이 10% 이상이어야 하지만 대우컨소시엄이 제시한 비율은 총 공사비 대비 7.5% 밖에 안된다며 재심사를 청구하도록 했다. 대우건설은 '지역업체 하도급 비율은 입찰가격(사급 제외) 대비 하도급할 공사의 합계 금액으로 평가한다'라는 새만금솔라파워의 세부 입찰 규정에 따라 사급 자재 금액을 제외한 총 입찰금액을 적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사급자재는 사업 낙찰자가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자재를 말한다.
세부 입찰 규정에 따라 직접 구매해서 사용하는 자재 값은 입찰가에서 제외하고 하도급 비율을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 대우 측의 주장이다. 이를 적용하면 지역 업체 하도급 비율은 10.7%에 달한다. 대우건설은 새만금솔라파워가 사급자재 의미를 잘못 해석해 적격심사에서 탈락시키려 한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새만금 수상 태양광에서 생산된 전기를 육지 등으로 보내는 송·변전 설비 건설 공사다. 2020년 12월 첫 사업 공고를 냈으나, 지난해 10월까지 총 5차례 유찰됐다. 한 업체만 입찰에 참여했거나 참여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6차 입찰에 대우건설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새만금솔라파워가 대우 측에 부적격 판정을 통보하면서 2순위 사업자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도 생겼다. 이번 6차 입찰에는 대우건설 외에 한화건설, 쌍용건설 컨소시엄 등이 참여했다. 두 컨소시엄 모두 지역 업체 하도급 비율을 충족했다. 2순위 한화건설 컨소시엄의 입찰가는 대우컨소시엄에 비해 310억원 가량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 입찰 조건에는 현대글로벌과 공동이행방식으로 계약을 맺고 공사를 수행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이 현대글로벌과 구간을 나눠 공동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현대글로벌 지분은 27%로, 낙찰자가 선정되면 현대글로벌이 공사비 5300억원 중 1430억원 상당의 공사를 수행하게 된다. 다만 시공 전체 구간의 하자는 낙찰자가 모두 책임지는 구조다.
전북과 군산 등 해당 지자체는 이런 계약 구조가 현대글로벌에 대한 특혜라며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전북 지역 시민단체는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제소 했다. 새만금솔라파워 측은 이미 주주 간에 합의된 조건이며 응찰자도 이를 인지하고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송·변전 설비 공사 지연으로 태양광 발전 설치 사업도 지연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3월 한화솔루션(009830)컨소시엄이 우선협상사업자로 결정됐으나 송·변전설비 건설공사가 지연되면서 아직 착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문 대통령 임기 내에 사업을 마무리하려다가 사업 참여 기업과 지자체 간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은 2018년 12월 현대글로벌과 이 사업 추진을 위한 SPC 설립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한달만에 새만금솔라파워를 설립하고 3개월 뒤 태양광 사업 경험과 면허도 없는 현대글로벌에 228억원 규모의 태양광 설계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발주했다.
문 대통령이 전북 군산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지 6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사업이 진행됐다. 결국 감사원 감사에서 해당 계약이 전력기술 관련 법 위반으로 드러나 계약이 취소됐다. 업계에서는 2022년 4월 완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업 참여 기업에 지나친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현대글로벌은 현대네트워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네트워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91.3%)과 세 자녀가 지분 100%를 가진 가족 회사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은 지역발전 상생형 사업으로 추진되면서 지역업체 시공 참여 비율을 49% 이상으로 정했다. 사업에 참여한 대기업들은 이 비율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한화건설컨소시엄 우선협상사업자 선정 당시에도 지역업체 참여 비율이 10% 대에 불과하다며 각 지자체와 시민 단체는 사업자 선정 취소를 요구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에 진척이 없다보니 오는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의 정책에 따라 사업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며 "사업에 참여한 공기업과 대기업, 지자체, 지역 하도급 업체 등은 사업이 장기 표류할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