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POSCO)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출범을 앞두고, 포스코터미날이 그룹 물류 전문회사로 전환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내 물류업무를 통합하면서 커지는 매출에 맞춰 조직을 확대하는 한편, 사명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
9일 철강·물류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터미날은 올해 매출 목표를 2조원으로 잡았다. 과거 연 매출이 1400억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14배 넘게 늘어나는 수준이다. 포스코터미날은 기존의 CTS(대량화물유통체제) 사업을 넘어 그룹사 물류를 모두 책임지는 만큼 목표치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터미날은 그동안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들여온 화물을 하역·보관·가공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CTS 사업을 해왔다. 올해부터 포스코의 철강 원료와 제품은 물론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의 곡물이나 포스코케미칼의 이차전지 소재, 포스코건설의 건설기자재 등 그룹사 전반의 물류를 관리할 예정이다.
조직 규모도 키우고 있다. 포스코터미날은 기존에 50여명이었던 직원을 80여명 추가해 150명 가까이 늘렸다. 올해 신입·경력사원 채용 범위도 넓어졌다. 물류 신사업을 기획하고 인프라 투자를 담당하는 직군부터 철강제품과 원료 및 컨테이너화물 계약관리 담당, 재무 담당, 홍보·대외협력 담당 등을 뽑는다. 오는 14일까지 지원을 받아 4월에 최종 선발할 계획이다.
포스코터미날은 역할이 늘어난 만큼 이를 포괄할 수 있게 회사이름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터미날 관계자는 "기존 업무에 더해 포스코그룹 물류 업무까지 맡게 된 만큼 기존의 사명이 특성과 역할을 다 담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사명 변경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오래 전부터 물류 전문회사를 원했다. 약 3조원으로 추산되는 포스코의 전체 물류를 통합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화주인 만큼 물류·해운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포스코는 2020년에도 물류 전문회사 '포스코 GSP' 출범을 추진했으나 해운업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포스코그룹은 이후 포스코터미날을 중심으로 그룹 내 물류 역량을 합치기 위한 기반 작업을 해왔다. 지난해 12월 일본 미쓰이물산 등이 보유한 포스코터미날 지분 49%를 76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다음달 출범하는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터미날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다.
한국해운협회는 포스코터미날이 사실상 대기업의 2자 물류회사라며 반대하고 있다. 포스코터미날은 앞으로도 물류 업무를 위해 해운사들과의 협력이 필수인 만큼 해운업계를 설득해나갈 계획이다. 포스코터미날 관계자는 "단순히 비용 경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사와 물류 파트너사의 동반성장까지 지향하고 있다"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