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011170)이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여러 미래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특히 배터리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2100억원을 투입해 배터리 소재 생산능력을 직접 보유하는 한편, 국내 배터리 기업 지분을 사들이는 등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3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롯데벤처스는 GM, KTB네트워크와 함께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소일렉트(Soelect)의 시리즈A 투자에 참여했다. 시리즈A란 시장 검증을 마치고 본격적인 제품 출시와 마케팅 비용 등을 위해 실시하는 초기 단계 투자다. 소일렉트는 1100만달러(약 132억원) 투자를 받았는데, 각 사의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다. 2020년 설립된 소일렉트는 전기차 고속충전용 리튬메탈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롯데 화학BU가 친환경 목표 및 ESG 비즈니스 전략 'Green Promise 2030'을 선언하는 모습./롯데케미칼 제공

특히 이번 소일렉트의 시리즈A는 롯데케미칼이 리드투자자를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가장 많은 돈을 투입한 투자자가 리드투자자를 맡고, 나머지 투자자를 대표해 협상을 주도한다. 롯데벤처스는 이번 투자금을 롯데케미칼이노베이션펀드 2호에서 조달했는데, 이 펀드는 롯데케미칼이 총출자금 130억원 중 76%인 99억원을 투입한 것이다. 나머지는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004000)이 29억7000만원, 롯데벤처스가 1억3000만원을 넣었다. 롯데케미칼은 장기적으로 소일렉트와의 협업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이번 투자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사업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배터리 소재 생산에 뛰어들었다. 2100억원을 투입해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인 에틸렌카보네이트(EC)와 디메틸카보네이트(DMC) 생산 시설을 지난해부터 짓기 시작했다. 2023년 하반기에 완공되면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4대 핵심소재인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 중 음극을 제외한 3대 소재를 생산하게 된다. 현재까지 100억원 가량을 투입한 롯데케미칼은 자금조달 속도를 내기 위해 현재 공모채 발행을 진행 중이다.

올해 들어선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 공략을 위해 바나듐이온 배터리 제조 기업인 스탠다드에너지 지분 15%를 사들여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매입 금액은 약 650억원이다. 스탠다드에너지가 연구하는 바나듐이온 배터리는 내구성이 우수하고 고효율·고출력이 가능해 ESS용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자체적으로 바나듐이온 배터리용 전해액 사업을 준비해 온 만큼, 향후 스탠다드에너지와 협력해 전기차 충전소, 재생에너지 활용 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이 배터리 관련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사업 다각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그룹 내 화학 계열사들이 처음으로 친환경 사업 목표를 발표한 것은 지난해 2월 공개한 '그린 프로미스(Green Promise) 2030′이다.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을 10조원까지 끌어올리고, 탄소 중립 성장을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일찌감치 배터리·첨단소재, 제약, 신재생에너지 등에 뛰어든 LG화학(051910), 한화솔루션(009830) 등에 비하면 미래 시장 대비가 다소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외에도 수소, 바이오 등 미래 사업 역량을 빠르게 확보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