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원지 생산업체인 태림페이퍼가 코스피 입성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하면서 기업가치를 얼마로 평가 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골판지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태림페이퍼의 상장 예비 심사를 승인했다. 상장 예정 주식 수는 3061만4097주로, 이 중 918만4229주를 공모로 조달할 계획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수혜를 입은 태림페이퍼가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에 돌입하면 오는 4~5월쯤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 주관사는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다.

태림 공장 내부 전경. /조선DB

업계 안팎에서는 태림페이퍼의 기업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1986년 설립된 태림페이퍼는 모든 종류의 골판지 원지(표면지, 골심지, 이면지 등)를 생산·공급하는 국내 종합 골판지 원지 1위(시장점유율 약 20%) 기업이다. 종이박스는 골판지 원지로 원단을 제작하고, 이를 이용해 만들어지는데 태림페이퍼는 이 세 단계 공정을 수직화된 계열사를 통해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관기업'이다. 여기에 전국에 물류 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화물운송업체 동림로지스틱을 손자회사로 두고 있어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7년 전만 해도 3000억원대로 평가됐던 태림페이퍼의 기업가치는 최근 두 배 이상 불어난 상황이다.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2015년 5월 태림포장(지분율 58.9%)과 태림페이퍼(52.2%)의 지분을 약 400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4년 뒤인 2019년 국내 의류제조사 세아상역에 7300억원 규모로 매각했는데, 인수금융을 제외하고 투자원금(2800억원)의 두 배 이상을 회수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태림페이퍼의 기업가치가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교 그룹군인 신대양제지(016590)·대림제지(017650)·아세아제지(002310) 등 주요 골판지업체의 주가수익비율(PER)을 5~6배로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택배 물량이 증가해 종이박스 원자재인 골판지 원지 생산이 급증했다. 2020년에 매출 2579억원, 영업이익 398억원을 기록한 태림페이퍼는 지난해엔 상반기에만 매출 2520억원, 영업이익 535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골판지 수요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년동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태림페이퍼 등 일관기업이 수혜를 보는 구조로 업계 판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골판지 업계 주요 4개 계열사(태림·아세아·신대양·삼보)의 원지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골판지 원지 가격 역시 고공행진 하고 있다. 원지 가격은 2020년 10월 연간 원지 생산량의 7%를 담당하는 대양제지 안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올랐다.

일러스트=이은현

일각에서는 태림페이퍼의 과거 상장폐지 전력이 거래소 심사 과정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코스닥 상장사였던 태림페이퍼를 인수한 IMM PE는 1여년 만인 2016년에 자진상폐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1만원대 중반이었던 주가보다 낮은 3600원에 매수가액을 설정해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상장폐지 후 고배당을 실시하면서 결국 소액주주들과 법적 다툼까지 갔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2019년 2월 주당 3600원에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것은 부당하다며 주당 1만3261원이 적정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골판지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재상장에 우려를 표할 순 있으나 최대 주주가 달라져 상장에 큰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태림페이퍼가 증시에 재입성하면 투자금을 일부 회수할 수 있는 동시에 백색표면지 등 새로운 시장 진출 동력을 얻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