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국내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량을 전년 대비 66.2% 늘렸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해 발전사업자에게 매년 신재생에너지 생산 규모를 의무적으로 부과한다.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립해 직접 전력을 생산하거나, 민간 발전업자에게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의무 공급량을 채운다. 발전단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면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3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국내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규모를 5874만9261메가와트시(MWh)로 확정했다. 지난해보다 66.2% 증가한 규모다.

RPS는 국내 발전사가 생산하는 전력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하는 제도다. 총 설비용량 500㎿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들이 대상이다. 한국전력(015760)의 6개 발전 자회사(한국수력원자력 포함)와 SK(034730), 포스코(POSCO), GS(078930), DL(000210) 등 대기업 계열 발전사, 중소·중견기업 및 사모펀드 등이 운영하는 발전사 등 24곳이 포함된다.

에너지업계는 정부가 올해 RPS를 과도하게 설정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이들 발전사는 정부의 RPS 기준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발전소 건립 비용이 비싸고, 발전단가도 비싸다. 발전사들은 수익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무작정 늘리기 어렵다. 또 대규모 신재생에너지사업을 하려면 주민 동의 등 정부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해당 지역 주민이 반대하면 사업에 필요한 인허가를 수년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SKE&S가 전남 신안군에서 운영 중인 신안그린에너지 풍력발전소./SKE&S 제공

이에 발전사들은 민간 발전사업자에게 REC를 구매해 RPS 기준을 맞추고 있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1MWh를 생산하면 정부가 발전업자에게 발급해주는 인증서다. 민간 발전사업자는 보유하고 있는 REC를 발전사업자에 판매할 수 있다. 24개 발전 사업자가 올해 신규로 확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상향된 RPS는 대부분 REC 구매로 채우게 될 전망이다.

발전 공기업의 RPS 이행 비용은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에 포함돼 결국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RPS를 과도하게 설정하면 민간 사업자의 발전 단가가 오르고, 한전이 이들 민간 사업자로부터 사오는 전력 구입 비용도 오르게 된다.

이미 RPS 이행 비용은 한전의 재무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전 기후환경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RPS 비용은 지난해 3조1905억원(잠정치)을 기록해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RPS의 비중도 2017년 2.8%에서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5.5%를 기록했다. 한전은 지난해 약 4조3000억원의 적자를 보인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RPS 기준을 대폭 상향하고 민간 기업들도 탄소중립을 위해 REC 구매에 나서면서 올들어 REC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1월 REC 현물 가격(종가기준)은 ㎿당 평균 4만1375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 13일에는 역대 최고가인 4만4000원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REC 현물가가 지난해 7월 2만9542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반년 사이 45% 상승한 것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대형 발전사업자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사업 진출을 유도하려는 RPS 제도가 발전기업의 REC 구입 비용만 늘리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REC 구입 비용이 대폭 늘면 발전기업이 신재생에너지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여력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민간 발전업체 관계자는 "RPS는 발전기업의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도입됐는데, REC를 구입하려다 오히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못 하게 될 상황"이라며 "RPS 목표치를 과도하게 설정하면 이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