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개시!”
“탕, 탕, 탕, 탕탕탕…”
생각보다 큰 소리와 반동에 등에 땀이 맺히고 손이 떨려 왔다. 코끝에 매캐한 화약 냄새가 스치자 실제 전쟁에서 쓰이는 총을 직접 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방위사업청은 2024년까지 노후화된 미국산 기관총 M60을 SNT모티브(064960)가 만든 K16 기관총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지난 26일 부산 기장군 철마면에 있는 SNT모티브의 부산공장을 찾았다. 국내 기술로 소총을 만들기 위해 1973년 설립된 국방부 조병창이 이 곳 철마산과 공덕산 사이에 자리를 잡았고, 조병창은 이후 민영화(대우정밀공업)를 거쳐 현재의 SNT모티브로 이어졌다. M16, K1A, K2, K5 등 군인에게 익숙한 총들이 여기에서 탄생했다.
◇ M60보다 정확하고 K3보다 강한 K16
정문 앞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민수용 공장을 지나 2㎞가량 들어가면 총기 공장이, 여기서 차로 3분 정도 더 올라가면 시험 사격장이 있다. 이날 K16 기관총(기본형)을 비롯해 국군의 제식소총인 K2를 개량한 K2C1, K-14 저격소총,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STC-16, 그리고 K5 권총 등 최신 국산 총기를 체험해봤다. 모든 사격은 방탄조끼·헬멧 등 안전장비를 갖추고, 통제 직원의 지시에 맞춰 진행됐다.
대기실 테이블에 놓인 총기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K16 신형 기관총이었다. 현재 우리 군은 M60과 K3(5.56㎜)를 소·분대 지원화기로 운용한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K16은 작년 12월부터 순차적으로 군에 실전 배치되고 있다. 이날 쏜 것은 기본형으로, 근접 전투 시 소대 일반지원 또는 보병분대에 배속해 적 밀집부대 등 지역표적 제압용으로 운용된다. 7.62㎜ 구경 탄환을 사용하는 만큼 쏘는 느낌도 묵직했다.
K16은 조준경 장착을 위해 접이식으로 구성된 가늠쇠와 레일 장착대를 적용했으며, 탈부착이 가능한 가늠자를 설치했다. 신축식 개머리는 4단 조절이 가능하고, 견착이 쉽도록 어깨받침쇠 및 반동판을 적용했다. K16은 M60 기관총보다 신뢰성이 4배 향상됐고, 5.56㎜ 구경의 K3 기관총보다는 사거리가 약 30%, 파괴력이 약 2배 늘었다는 게 SNT모티브 측의 설명이다. 신뢰성은 총 기능의 안전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방아쇠를 당기면 어떤 환경에서도 총알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 K3는 연발 사격 중 탄환이 걸리는 현상이 종종 있었지만, K16은 8초 만에 100연발이 8초 만에 물 흐르듯이 이뤄졌다.
SNT모티브 특수사업본부 특수개발팀의 7.62㎜ 기관총 담당 박지원 책임연구원은 “8개월간 집을 떠나 무기를 개선하고 검증하는 절차가 힘든 과정이었지만, 군 장병들이 탄환 걸림이 없이 연발이 되고 조작이 쉽다고 얘기해줘 보람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 무게 7.2㎏ 저격용 소총 K-14, 80m 밖 표적도 한번에 적중
소총 K2C1은 현재 전방부대를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다. 3.77㎏의 화기를 들자마자 ‘예상보다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발, 연발 등 사격을 진행할수록 소총을 든 팔은 계속 아래로 떨어졌다.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STC-16은 아프가니스탄전 등을 그린 전쟁 영화에 나오는 특수부대원이 쓰는 총기와 비슷해 보였다. 사막 모래 색깔의 몸체로, 양쪽에 노리쇠 멈치가 있어 왼손·오른손잡이 모두 사용 가능했다. STC-16은 현재 시험평가 진행을 준비 중이다.
널리 보급된 저격용 소총 K-14와 K5 권총은 기본기에 충실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K-14는 길이가 약 1200㎜, 무게는 7.2㎏에 달하지만, 이날 체험한 총기 중 가장 방아쇠가 민감한 동시에 한 번 만에 80m 밖에 있는 표적을 맞힐 정도로 정확도가 높았다. K5 권총은 한국인 체형에 적합하게 제작돼 손에 감기는 느낌이 좋았다. K5 권총은 해외 민간 시장에 3만5000정 이상이 수출됐다.
최근 한국산 무기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가운데 SNT모티브 또한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SNT모티브의 직수출 실적은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약 3억88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약 24% 증가했다. 주로 중동과 아시아 국가로 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