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정책적 토대를 마련하고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등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사업자가 진출하는 데는 여러 진입 장벽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화석 연료에 의존해온 만큼 이를 교체하는 비용과 과정이 만만치 않은 데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 수용성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민원을 중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구도 없죠. 결국 사업자 스스로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개발·서비스·유통기업인 바이와알이(BayWa r.e.)의 다니엘 게프케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장은 최근 조선비즈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신재생에너지 개발 시장에서 사업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바이와알이는 독일 바이와그룹과 글로벌 에너지 투자기관 에너지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EIP)의 합작사로, 현재 30개국에 진출해 있다. 게프케 본부장은 바이와알이 합류 전 독일과 동남아 등에서 에너지 기업을 설립해 운영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에너지 전문가다.
◇ 화석연료 의존도 높아 에너지 전환비용↑… 주민 민원도 급증세
게프케 본부장은 한국 시장 진출 과정에서 몇 가지 진입 장벽을 겪었다고 했다. 바이와알이는 지난 2019년 한국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지난해 강원도 철원군에 1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매각을 완료했고, 추가 태양광·풍력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게프케 본부장은 "시장 진출 장애물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이 오랫동안 화석연료에 의존해 왔다는 것"이라며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 기존 에너지 관련 자산들이 상당량 쌓여있어 이를 교체하는 것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된 유연탄과 무연탄 등 석탄연료는 18만8853기가와트시(GWh)로, 전체 발전원의 34%를 차지했다. 여기에 유류와 액화천연가스(LNG)까지 합한 총 화석연료 비중은 64.2%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는 각각 27.2%, 4.7%다. 정부와 한국전력(015760) 등 발전 공기업은 2050 탄소중립 계획에 맞춰 탈(脫)석탄을 추진 중이지만, 화력발전소 등 좌초자산(급격한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가치 하락 자산)에 대한 보상과 석탄업 종사자 보호 등 후속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 수용성도 부족하다. 게프케 본부장은 "기후 변화는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프로젝트가 설치될 지역의 주민들은 여전히 건강 및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태양광 관련 민원은 2018년 5880건에서 2019년 4858건, 2020년 4339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1~6월에 5895건이 접수되면서 대폭 늘었다.
게프케 본부장은 "(민원 때문에) 많은 지자체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활용이 가능한 부지를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어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특히 이러한 민원을 중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구가 없기 때문에 사업자는 각자 스스로 알아서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서로 다른 발전시설과 도로·주택간 거리 기준에 대한 개선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전시설 입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은 산업부와 환경부 공동 소관이다. 사업 관련 갈등 예방을 위한 주민 의견수렴은 각 지자체가 연관돼 있어 개별 사업자 입장에선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 "한국, 신재생에너지 무궁한 성장 잠재력… 민·관 협력해야 변화 가능"
게프케 본부장은 한국이 신재생에너지 개발 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화석연료 비중이 높다는 점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장애물로 작용하긴 하지만,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프케 본부장은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4년까지 최대 25.8% 늘리는 목표를 수립했고, 그린 뉴딜 정책을 통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할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에 73조원의 투자를 약속했다"며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무궁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에 대한 접근 용이성, 풍부한 파이낸싱, 높은 교육수준 등도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법률과 조례, 인허가 절차, 계통용량 및 토지에 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신재생에너지 자산에 대한 유동성이 풍부해 투자자나 인수자 입장에서 매력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초기에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저항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인 관점에서 선호하는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게프케 본부장은 기후변화가 한국에서 이슈로 떠오른 만큼, 향후 에너지 정책 변화와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의미 있는 변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과 공공부문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라며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자들은 최선의 해결 방안과 혁신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와알이는 한국에서 태양광 프로젝트의 용량을 늘려가는 한편, 수상용·영농형·지붕형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11월 울산광역시와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 개발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만큼 관련 프로젝트 추진과 확대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