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그룹의 특수강 전문기업 세아베스틸이 물적분할을 통해 중간 지주회사로 전환한다. 세아그룹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으나 업계에서는 계열분리를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세아그룹은 세아베스틸을 존속법인 세아베스틸지주와 신설법인 세아베스틸로 물적분할할 계획이다. 현재는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058650)가 정점에 있고 '세아베스틸 → 세아창원특수강, 세아항공방산소재'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물적분할을 거치면 '세아홀딩스 → 세아베스틸지주 → 세아베스틸, 세아창원특수강, 세아항공방산소재'로 바뀌게 된다. 세아베스틸의 자회사였던 세아창원특수강과 세아항공방산소재 등이 신설법인 세아베스틸과 수평 관계에 놓이게 된다. 세아그룹은 이를 통해 세아베스틸에 가려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자회사들이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세아베스틸을 물적분할한 뒤 주력 자회사들의 추가 기업공개(IPO)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주주들이 우려하는 주력 자회사 IPO는 현재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필요하면 외부 차입은 진행될 수 있겠으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유상증자 등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물적분할을 거쳐 기존 회사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알짜 자회사를 따로 상장하면 지주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회사 주주들은 이에 반대한다. 세아베스틸도 물적분할 계획을 밝힌 지난 20일 주가가 10% 넘게 하락했다.
세아그룹은 세아베스틸지주의 미래 먹거리로 전기차 부품 산업, 수소 생태계용 소재, 항공우주 산업 소재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존에도 세아베스틸은 전기차 구동계에 들어가는 특수강을 개발해왔다. 오히려 현대제철(004020)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세아창원특수강도 앞서 올해까지 수소충전소용 봉형강 제품 등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었다. 백재승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전날 물적분할 공시 이후 주가가 14%가량 급락했는데, 세아베스틸이 제시한 지주사 체제 전환의 목적이 기업가치 제고의 관점에서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 등이 부각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했다.
세아그룹은 물적분할의 또다른 이유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 이사회 중심 경영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ESG경영이나, 이사회 중심의 경영은 물적분할 없이 기존에도 할 수 있던 일"이라며 "오히려 세아제강지주가 중간지주사가 됐을 때 거느리고 있는 비상장 자회사들의 상황과 결실을 다른 주주들과 어떻게 공유할 지 등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물적분할이 장기적으로 세아 오너가의 상속이나 계열분리 등을 앞둔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이번 세아베스틸 물적분할은 다른 기업 사례와 결이 다르다"며 "기존에도 지주회사 체제였고 당장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거나 구조조정을 위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린 행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아그룹은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 양대 지주회사 제체다. 세아홀딩스는 이태성 사장이, 세아제강지주는 이주성 사장이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사촌지간으로 이태성 사장의 부친은 고(故) 이운형 선대 회장으로 고(故) 이종덕 창업주의 장남이고, 이주성 사장의 부친은 이 창업주의 차남인 이순형 현 회장이다. 이태성 사장이 세아홀딩스의 지분을 현재 44.5%(개인회사 HPP 포함)를 확보한 최대 주주다. 세아제강지주 지분은 2017년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처분했다. 반면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사장은 세아홀딩스 지분을 아직 26.6% 보유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계열분리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철강소재 전문기업으로서 세아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때 지속성 및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시너지가 발휘된다"며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은 함께 글로벌 마케팅이나 영업활동을 진행하는 등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세아베스틸 물적분할 안건은 오는 3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는다. 회사의 분할은 특별결의 대상으로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세아홀딩스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62.7%인 점을 고려할 때 안건이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이후 4월 1일 존속법인 세아베스틸지주와 신설법인 세아베스틸이 출범하면 중간 지주회사 체제 개편이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