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의 공사채 발행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에 비해 전기요금은 더디게 인상되면서 한전의 비용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한전의 부실이 커지면서 조달 금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금리가 높아진 만큼 한전의 부담이 커져 재무 건전성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한전은 올해 최대 10조원의 적자가 전망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와 한전에 따르면 한전이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발행한 공사채는 총 1조7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2일까지 1조5200억원이 발행됐는데, 일주일 만에 2600억원이 또 늘었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월간 공사채 발행 규모가 역대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한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사채 발행 규모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1조8800억원어치를 찍어냈는데, 이는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서 집계가 시작된 2012년 1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한전은 2020년까지만 해도 수개월에 한번씩 공사채를 발행했는데, 지난해 6월부터는 매달 발행 중이다. 월간 발행 규모도 지난해 10월(8200억원)을 제외하면 하반기에 모두 1조원대를 넘겼다. 과거 2019년 11~12월을 제외하면 모두 수천억원대였던 것과 비교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전의 공사채 장부금액은 33조2626억원으로, 전년 동기(29조9204억원) 대비 11%가량 늘었다.

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한전의 공사채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19일 한전의 3년물 금리(이하 민평평균 기준)는 2.423%로 1년 전 같은 날(1.123%)보다 13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시장 금리가 인상 기조에 접어든 영향이 있지만, 전체 공사채 금리와 비교해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전의 신용등급인 AAA 기준 공사채 3년물 금리와 한전 공사채 3년물 금리 차이는 19일 기준 9.5bp로 전년 동기(0.4bp) 대비 24배가량 올랐다. 2020년 3월까지만 해도 한전 공사채 금리가 전체 공사채 평균 금리보다 낮았지만 이후 점차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12월 들어 1주일 단위로 1bp씩 오르면서 급격히 벌어졌다. 이에 한전이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부담한 이자비용(차입금 포함)은 4623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한전 공사채 발행 규모가 커질수록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국내 전력 판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고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신용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채권을 많이 발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재정적 여유가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요금 인상이 제한돼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4조66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의 공사채 발행량이 지난해 6월부터 늘어난 것도 전력구입에 따른 비용 부담 때문이다. 한전은 발전 공기업과 민간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사들여 공급하는데, 이 비용인 전기도매가격(SMP)이 지난해 1~6월까지 킬로와트시(kWh)당 70~80원 초반대를 유지하다 8월 94.07원, 10월 107.76원으로 급등했다. 12월엔 142.81원으로 2014년 12월(144.10원)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정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전은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으면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고, 부족한 부분은 자금 조달로 돌릴 수밖에 없다"며 "최소 올해까지는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 당분간 자금 조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한전의 조달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투자자들은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역시 "각 기관마다 투자 한도, 섹터별 한도 등이 있어 수급 논리상 특정 회사에서 발행이 많이 나오면 시장에는 부담"이라며 "한전의 공사채 금리 상승은 전체 공사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달 금리가 상승하면 한전의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전은 대선 후인 2분기부터 kWh당 6.9원, 4분기에 4.9원을 인상하기로 했지만 이 정도로는 적자를 벗어나기 힘들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한전이 올해 최대 10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 평균 영업손실 전망치는 6조8000억원대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요금 인상이 시작되는 2분기 전까지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현재의 요금 인상 시나리오에 변화가 없고 유가가 80달러 내외를 유지하면 올해 10조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