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 종합광고대행사 제일기획(030000)과 현대차(005380)그룹 계열 이노션(214320)이 내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20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해외 법인 설립과 기업 인수로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제일기획은 전 세계 45개국에, 이노션은 19개국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이들 업체의 해외 매출 비중은 70~80%에 달한다.
제일기획과 이노션의 가장 큰 고객은 각각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다.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관계사 매출 비중이 전체의 50~70%에 달해 내부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들 기업은 최근 M&A를 통해 비계열 물량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2008년 영국 광고대행사 비엠비(BMB)를 인수한 이후 꾸준히 M&A를 진행해왔다. BMB는 나이키 등이 주요 고객이다. 중국과 미국의 주요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오픈타이드(OpenTide) 차이나, 미국의 더바바리안그룹(TBG)도 잇달아 인수했다. 이 중 인수금액 규모가 가장 컸던 영국의 아이리스월드와이드(Iris Worldwide)는 쉘, 기네스, 조니워커 등을 광고주로 두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엔 디지털 역량 확보를 위한 M&A가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 제일기획은 2020년 삼성전자와 거래하면서 화이자, 슈나이더일렉트릭 등의 광고주를 확보하고 있는 중국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컬러데이터(Colour Data)를 인수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디지털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당시 처음으로 40%를 넘어서면서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 기술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노션도 2017년 미국의 데이비드&골리앗(D&G)을, 2년 뒤인 2019년에 디지털 광고 역량이 뛰어난 호주의 웰컴그룹을 인수했다. D&G는 미국의 영화제작사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제작사로, 기아(000270)의 미국법인 광고대행을 20년 가까이 책임져 왔다. 이노션은 지난해 초 글로벌 전략 최고 책임자(GCSO) 직책을 신설하고, 사업전략·브랜드 전문가인 니콜라스 김을 영입했다. 이어 같은 해 5월 퍼포먼스 마케팅 기업 '디퍼플'을 인수해 디지털 광고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앞으로도 북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광고·마케팅 부문에서 단일 시장으로는 가장 큰 북미 지역은 현지 기업 대행을 통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면서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그룹 내부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사업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업 M&A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