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오는 3월부터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 고용유지지원금을 3년 연속 같은 달에 지급할 수 없다는 현행 고용보호법 때문이다.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 수요가 바닥을 맴돌고 있어, 전체 직원 절반 이상이 무급 휴직에 들어갈 전망이다. LCC들은 오랜 적자로 경영난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최악의 경우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089590), 티웨이항공(091810), 진에어(272450), 에어부산(298690), 에어서울 등 LCC들은 오는 3월부터 무급 휴직 체제로 들어간다. 회사마다 무급 휴직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승무원 3명 중 2명이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항공사도 있다. LCC 관계자는 "국내선을 중심으로 항공편을 늘리고 있지만, 항공사들 간 출혈 경쟁 탓에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운항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국내 항공사의 연간 운항 항공편 규모는 34만4000편으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인 2019년(72만3600편)에 비하면 절반으로 줄었다.
LCC업계가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이유는 현행 고용보호법시행령 제 19조 2항에 '3년 이상 연속으로 같은 달에 고용유지조치를 실시하는 경우,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해당 시행령에 따라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3월부터 휴직에 들어간 LCC는 당장 올해 3월부터 원칙적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정부가 최장 240일(8개월)까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한을 늘린 점을 고려하면, 올해 11월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지금도 LCC 직원 절반 이상이 휴직에 들어가 있는 상태지만, 유급 휴직 지원금을 통해 정부로부터 평균 임금의 70%에 달하는 휴업 수당을 받고 있다. 당장 3월부터 무급 휴직으로 전환되면 월 평균 임금의 50% 수준으로 지원 규모가 떨어진다. 월 최대 지급 규모도 198만원으로 제한된다. 한 LCC의 직원은 "계속된 휴직으로 직원들의 경제적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다"며 "외벌이 직원들은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 등 '투잡'을 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등 대형항공사(FSC)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대한항공 역시 2020년 4월부터 휴직에 들어갔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올해 4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지만, 지난해의 경우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겨도 자체적으로 유급 휴직 수준으로 비용을 보전해줬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서별로 무급 휴직과 유급 휴직을 번갈아가면서 시행해 당장 일괄적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고용보호법 시행령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논평을 통해 "지금과 같은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걸림돌로만 작용하고 있다"며 "시행령 개정을 위해 고용노동부 장관의 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염병 확산과 같은 긴급상황에는 '고용보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불가피한 경우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경영난이 심각한 기업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해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지방 고용노동관서에 내려보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LCC업계는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이 대폭 줄어든 탓에 심사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 LCC 관계자는 "항공업뿐 아니라 여행, 관광, 호텔업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지원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같은 업종 내에서도 적자 기업이 흑자 기업보다 우선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