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연초부터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회사채 금리는 최근 1년 사이 1%포인트(P) 이상 올랐는데, 기준 금리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에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신용등급 회사채(신용등급 AA-기준) 3년물 금리는 연 2.7%로 최저점 수준이었던 작년 8월(1.8%) 대비 1%P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월 중순 3년물 금리가 연 2.1%였던 것과 비교해도 60bp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이은현

회사채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기업들은 회사채를 잇달아 발행하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은 오는 26일에 올해 첫 공모채 발행을 추진한다. 1년6개월물 300억원, 2년물 1000억원, 3년물 700억원 등 총 2000억원 규모다. 대한항공은 "수요 예측에 따라 조달 금액이 최대 3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2000억원은 차환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환해야 하는 무보증사채 규모가 569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LG상사에서 사명을 바꾼 LX인터내셔널(001120)도 이달 중 계열 분리 이후 첫 공모 회사채를 발행해 2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2000억원 이상을 공모채 방식으로 조달하는 것은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현대제철(004020)도 이달 말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발행 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 현대제철은 3000억원 가운데 1700억원은 채무 상환에, 나머지 13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롯데렌탈(089860) 2500억원, KT(030200) 2000억원, 코웨이(021240) 2000억원, 포스코에너지 1500억원, 현대케미칼 1500억원, LS일렉트릭 1000억원, 하이트진로홀딩스(000140) 500억원 등의 회사채가 이달 말 발행될 예정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이달 회사채 공모 발행 규모가 6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조원 이상이 발행될 경우 2019년 1월 이후 3년 만의 최고치다.

기업들이 연초부터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이유는 금리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 금리를 기존 1%에서 1.25%로 올렸지만,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고려할 때 최고 1.7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금리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조달 비용이 늘어난다. 재계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우호적인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서 회사채 수요 예측을 진행한 기업 상당수는 흥행에 성공했다. 1000억원을 모집하려고 했던 현대로템(064350)은 올해 첫 회사채 공모에서 모집 금액의 2배가 넘는 246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세아창원특수강 역시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지난 17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9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CJ제일제당(097950)도 같은 날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모집에 1조6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