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이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를 잇달아 설립하고 있다. 전공 분야도 반도체와 배터리, 차세대 통신 등 첨단산업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른바 '네·카·쿠(네이버·카카오(035720)·쿠팡)'로 대표되는 온라인 플랫폼 및 게임 업계가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인재를 끌어들이자 대학 장학금과 취업 보장을 무기로 인재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고려대는 6세대 이동통신(6G)을 포함해 차세대 통신 기술을 다루는 '차세대통신학과'를 오는 2023년부터 전기전자공학부에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로 신설하기로 했다. 입학한 학생은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되고, 재학 기간 등록금 전액과 학비보조금이 산학장학금으로 지원된다. 또 삼성전자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 해외 학회 참관 등 다양한 체험 기회도 제공될 예정이다.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는 2006년 삼성전자가 성균관대에 반도체학과를 설립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10년 이상 다른 학교로 확대되지 않다가 최근 들어 반도체·배터리업계를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계약학과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필요한 대학 학과 정원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고, 관련 전공을 수료해도 입사 후 1년 가까이 실무 교육을 따로 할 정도로 대학 교육과 산업 현장간 괴리가 큰 상황"이라면서 "계약학과를 만들면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고 전문적인 인력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학과는 기술 경쟁력이 필수적인 반도체·배터리 분야에 집중됐다. 반도체산업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반도체 산업에서 부족한 인력은 연간 1500명 수준이다. 배터리 산업의 경우 3000여명의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됐다. 교육부는 향후 5년간 시스템반도체·미래차 등 분야에서 약 14만4400명의 인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스텍(포항공대)과 각각 협약을 맺고 반도체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두 대학은 내년부터 각각 반도체시스템공학과 100명, 반도체공학과 40명의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연세대와도 반도체학과를 신설했고 SK하이닉스(000660)는 고려대와 반도체학과를 만들었다.
배터리업계도 계약학과를 잇달아 만들고 있다. 삼성SDI(006400)는 내년부터 포스텍·서울대·카이스트에 석·박사 통합과정을, 한양대에 학부생 과정을 열어 장학생을 선발한다. LG에너지솔루션도 연세대·고려대에 배터리 스마트팩토리학과를 설립해 석·박사를 뽑을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사업 법인인 SK온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배터리 분야 석사를 모집했다.
회사가 등록금과 장학금을 지원하고,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는 수험생에게 인기가 높다. 고려대와 성균관대, 연세대 등에 설치된 반도체 관련 학과는 올해 입시에서 13.63~131.9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학이 기업에 종속된다는 우려가 있지만, 학교도 대기업 취업 자리를 내세워 학생을 선점할 수 있기에 계학학과 설립에 협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