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 수요예측 첫날에만 1경원(1조원의 1만배)이 넘는 기록적인 수요를 끌어들이며 흥행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직원들의 차익 실현 시기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과거 SK바이오팜(326030)처럼 우리사주 보호예수(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한 제도) 기간이 끝나기 전 퇴사해 이익을 실현하려는 직원이 생길 수 있지만, 최대 차익 규모가 수억원대이고 배터리 업계 특성상 이직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 퇴사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은 근속연수 등에 따라 1차로 직원들에게 인당 628~1400여주를 배정했다.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이 628주를, 입사 15년차는 1000주 안팎, 20년차는 1400주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자기 몫의 우리사주 신청을 포기한 사례가 있어 2차 배정이 이뤄졌는데,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 기준 140주가 추가돼 총 768주까지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고려하면 20년차 직원은 1600주 안팎을 배정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역대급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지난 11~12일 실시한 국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경쟁률 2023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코스피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고 경쟁률이다. 전체 주문 규모는 1경5203조원으로, 1조원의 1만배인 경 단위 주문 규모가 모인 것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이 최초다. 높은 수요에 힘입어 공모가는 희망가 최상단인 30만원으로 확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의 우리사주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아진 상태다. 우리사주조합 물량 850만주의 청약률은 지난 11일 기준 90%를 웃돌면서 대부분 소진됐다.
우리사주는 보호예수 기간인 1년간 처분할 수 없다. 다만 퇴직, 7급 이상의 산업재해 장해 발생, 상장폐지 등의 경우엔 1년이 지나기 전에 팔 수 있다.
1년 뒤 주가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하면 이익 실현을 위해 퇴사를 선택하는 직원들도 있다. SK바이오팜은 2020년 7월 2일 공모가 4만9000원에 상장해 첫날 공모가 두 배 가격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른바 '따상'에 성공했다. 이후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대량 거래가 이뤄지며 7월 10일에는 26만원대까지 올랐다. 우리사주로 받을 수 있는 평가차익은 20억원대에 달했고, 전체 임직원의 10% 안팎이 상장 직후 한꺼번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주가는 꾸준히 우하향 하면서 현재 9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따상'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상장한다 해도, SK바이오팜과 같은 줄퇴사가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할 경우 1600주를 받은 최고참 직원이 거둘 수 있는 평가이익은 7억원대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 등 대규모 퇴사가 이뤄졌던 곳에 비하면 기대할 수 있는 차익이 다소 적은 수준"이라며 "연차가 많은 직원은 이직이 쉽지 않아 퇴사를 선택하기엔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우리사주 물량이 적어 직원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덜하다는 점도 SK바이오팜과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은 임직원 한명당 평균 배정 물량이 1만1820주에 달해 일부 직원은 2금융에서도 자금을 조달했고, 이자 부담 때문에 차익 실현을 서둘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G와 SK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이후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직이 그 전보다 어려워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096770)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끝에 승리했는데, 이 영업비밀은 LG 직원이 이직하면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006400) 역시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 국내 경쟁사 출신 경력 직원 채용엔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배터리 업계의 성장세가 가팔라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뒤에도 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304억달러에서 2025년 1507억달러, 2030년 3047억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격적인 수주를 앞세워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의 점유율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의 성장은 이제 시작인 만큼,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1년 뒤에 더 많은 차익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