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원료인 리튬 가격이 1년 새 460% 가까이 폭등했다.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튬 가격이 당분간 내려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당 306.5위안(약 5만7171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같은 날 55위안(약 1만259원)이었던 데 비하면 457% 오른 것이다. 급등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7월 말로, 이때부터 현재까지 270% 이상 상승했다.

그래픽=이은현

전 세계적으로 리튬 매장량은 풍부하지만, 배터리용으로 전환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채굴 과정에서 환경 파괴 우려가 크고 채굴 인허가를 얻는 과정에서도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 단기간에 생산량을 확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세계 여러 자원개발 기업이 리튬 광산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 승인과 환경단체의 반대 등으로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리튬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인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리튬 공급량은 지난해 49만7000톤(t)에서 올해 63만6000t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리튬 수요는 같은 기간 50만4000t에서 64만1000t으로 공급량을 상회한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는 중국의 전기차 판매 호조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리튬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의 개빈 몽고메리 배터리 원재료 연구 디렉터는 파이낸셜타임즈(FT)에 이전 사이클에서처럼 리튬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은 없다며 “매우 높은 성장세로 인해 향후 몇년간 리튬 가격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튬 가격 상승은 배터리는 물론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팩의 가격은 2010년 킬로와트시(kWh)당 1200달러 이상이었다가 지난해 132달러로 크게 낮아졌지만, 올해는 135달러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리튬 등 배터리 원자재의 가격 상승은 자동차·배터리 제조업체가 저렴하고 수명이 긴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온 기술 및 효율성 향상을 저해하고 있다”며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계획에도 위협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