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소비자 직접판매(D2C)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직접 투자전담법인을 만드는 등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12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최근 적극적으로 소비재 기업을 인수하고 있는 광고대행사들은 마케팅 특기를 살려 브랜드를 육성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실제 사용자 후기처럼 만든 동영상 광고를 소셜미디어(SNS)에 노출하는 등 비디오커머스 마케팅 전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D2C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아예 투자를 담당하는 자회사를 만들어 우수한 제품과 성장 가능성을 가진 기업을 발굴하기도 한다.

에코마케팅의 안다르(왼쪽)과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젝시믹스. /안다르 젝시믹스 제공

광고제작과 광고매체 대행을 수행하는 온라인 종합 광고대행사 에코마케팅(230360)은 2017년 8월 ‘클럭(저주파 미니 마사지기)’, ‘몽제(프리미엄 매트리스)’ 등을 론칭한 데일리앤코(옛 유리카코스메틱)의 지분 51%를 106억원에 인수했다. 2016년 말 5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던 데일리앤코는 에코마케팅에 인수된 후 2018년 343억원, 2019년 700억원, 2020년 1210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에코마케팅은 2019년 9월엔 젤 네일 스티커 ‘오호라’를 생산·판매하는 스타트업 글루가의 지분 20.0%를 인수했다. 2019년 65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864억원으로 약 13배 증가했다. 자신감이 붙자 2020년 말 반려동물용품 기업 미펫의 지분 34%를 인수했고, 지난해 5월에는 경영 위기를 겪던 애슬레저(가벼운 스포츠웨어) 업체 안다르 지분 56%도 사들였다. 에코마케팅의 실적은 2017년 연결 기준 매출액 241억원에서 2018년 621억원으로 158% 증가했다. 이후 2019년 1114억원, 2020년 1770억원으로 오르며 3년 평균 98.7%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조선DB

업계에서 광고대행사가 최근 부진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통해 키워내는 ‘기업 병원’으로 통한다. 광고회사가 제품 및 아이디어를 분석해 브랜드를 재정립하고 네이밍(이름 짓기), BI(브랜드 아이덴티티), 패키지 디자인, 웹사이트 구축, 광고 마케팅까지 한번에 진행해 기업을 키운다는 것이다.

디지털마케팅 그룹 FSN(214270)(옛 퓨쳐스트림네트웍스)은 2019년 11월 인적분할을 통해 자회사 부스터즈를 설립하고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맡겼다. 부스터즈는 같은 해 7월에 인수한 링거워터의 제품 ‘링티’를 비롯해 굽은 목 교정기 ‘디닥넥’ 등의 브랜드를 키웠다. 부스터즈는 작년 1~3분기에 3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그룹 전체 매출의 약 20%를 담당했다. 부스터즈는 지난 6일엔 탈모 관련 라인업을 보유한 플랜비바이오를 인수하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젝시믹스, 휘아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337930) 역시 젤네일 브랜드 ‘젤라또팩토리’를 운영하는 ㈜젤라또랩을 인수한 후 D2C 사업 모델을 적용해 지난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 자회사 이루다마케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을 공략하고 있는데, 지난해 초 기획자와 디자이너·마케터로 구성된 10명 규모의 TF팀을 출범시켰다. 에코마케팅도 최근 투자전담법인 에코투자파트너스를 설립하고 메타버스·블록체인·NFT 등 미래 먹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