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보유 중인 폐배터리를 1분기부터 시장가의 반값에 매각한다.
1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런 내용의 전기차 배터리 매각 지침을 마련하고 1분기 중 시행한다. 현행법상 전기차를 폐차할 경우 폐차업체는 폐배터리를 해당 지자체에 반납해야 한다. 그동안 지자체는 폐배터리를 보관만 할 수 있었는데 관련 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이를 매각할 수 있게 됐다.
지침에 따르면 한국환경공단과 제주테크노파크가 폐배터리 잔존가치를 평가해 용량에 따라 가격을 산정한다. 배터리 가격은 잔존수명과 배터리 건강상태(SoH) 등을 측정해 국제 시세에 맞춰 계산한다. 배터리 용량이 64키로와트시(kWh)인 현대차(005380) 코나EV 새 차의 경우 국제 시세(지난해 12월 기준 kWh당 132달러)를 적용하면 8448달러(약 1010만원)의 배터리 가격이 책정된다. 1년 간 운행한 코나EV가 SoH를 100%, 잔존가치를 78%가량으로 평가받으면 약 757만원의 배터리 가격을 인정받게 된다.
잔존가치를 평가받아 재사용이 가능한 폐배터리는 폐자원 거래 시스템인 순환자원정보센터를 통해 경쟁입찰에 부쳐진다. 정부는 배터리 재활용기업 육성, 기술개발 촉진, 공공연구 활성화 지원 등을 위해 당분간 측정된 가격의 절반에 경쟁입찰 기초 가격을 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분간 반값 배터리 가격을 유지하다가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 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다.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어려운 폐배터리는 연구기관에 무상 제공한다.
폐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무정전전원장치(UPS) 등으로 활용하거나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을 회수해 배터리 제조사에 판매된다. 초기 매각 물량은 중소기업들이 주로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매각 물량이 많지 않고, 국내 배터리 제조 대기업들도 중소기업과 협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는 성일하이텍이 선두기업으로 꼽힌다. 2008년부터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시작했다. 삼성SDI(006400)를 비롯한 국내 배터리 3사가 주요 고객사다.
에코프로(086520)는 자회사 에코프로씨엔지를 통해 배터리 금속 재활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4년간 폐배터리 관련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 투자를 받은 피엠그로우는 최근 전기차 해체와 폐배터리 진단, 소재 추출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자원순환센터를 준공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초기 대비 70~80% 수준으로 용량이 떨어지면 교체한다. 수명은 약 5~10년 정도로 알려져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폐배터리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1조6500억원 규모였던 세계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20조2000억원, 2050년 6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40개에 그쳤던 국내 폐배터리도 2025년 8300개, 2029년 7만900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