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폭스바겐이 최근 한국 배터리 업체들과 납품 계약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이 투자한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가 배터리 양산에 성공한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배터리 공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폭스바겐은 국내 배터리 업체와 각형 배터리 공급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선 삼성SDI(006400)가 각형 배터리를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으나, 폭스바겐은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에도 의사를 타진 중이다. SK온은 지난해부터 각형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SK온, LG에너지솔루션의 주력 제품인 파우치형 배터리 공급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중국 업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우려가 나오자 공급망 다각화 차원에서 한국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3월 '파워데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자사 전기차의 각형 배터리 탑재 비율을 80%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또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와 협력해 2030년까지 유럽에 총 6개의 공장을 짓고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폭스바겐은 2019년 노스볼트 지분 20%를 인수하고 향후 10년간에 걸쳐 140억달러(약 16조6432억원) 규모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
노스볼트는 지난해 말 스웨덴 셀레프레오 기가팩토리 '노스볼트ett'에서 첫 번째 리튬이온배터리 셀 조립에 성공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노스볼트의 각형 배터리 제품이 폭스바겐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스볼트를 통한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틀어지면서 폭스바겐이 한국 배터리 업체에 구애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노스볼트는 지난해 중국 업체에 시범라인 공정을 발주했다가 다수의 품질 저하 문제가 발생하면서 최근 한국 생산 시설로 교체했다. 스텔란티스와 사프트의 프랑스 배터리 합작사인 ACC도 품질 불량이 속출하면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럽 배터리 업체가 안정적인 완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에 한국 배터리 업체는 기술력 격차를 더 벌려 '초격차' 전략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노스볼트 배터리 시제품이 폭스바겐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양사의 협업 관계가 틀어질 조짐이 있다는 얘기가 유럽 시장에서 돌았다"며 "중국 업체도 폭스바겐의 높은 기준을 넘지 못해 결국 한국 업체에 각형 배터리 공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