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통합 승인 조건으로 '운수권'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김포공항발(發) 국제선 진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운수권은 정부끼리 항공 회담으로 정한 항공기 운항 횟수 내에서 항공사가 다른 나라에 항공기를 보내 여객·화물을 탑재·하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김포공항발 국제선은 도심과 가까워 탑승률이 높아 대표적인 '알짜 노선'으로 꼽히지만, LCC는 그동안 운수권이 없어 진입에 한계가 있었다.
3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기준, 국내 항공사들이 김포공항에서 띄운 항공편 1만2258편 가운데 1만168편(약 83%)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띄웠다. 당시 김포공항발 오사카·하네다·북경·홍차오 4개 노선에 두 항공사는 각각 총 5087편, 5081편씩 띄웠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089590)은 김포~오사카 노선에 1362편, 티웨이항공(091810)과 이스타항공은 대만 송산 노선에 각각 414편, 314편씩 띄웠다.
항공업계에선 공정위가 운수권 재배분을 계획 중인 상황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이 높은 김포공항발 국제선 노선도 제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적사가 김포공항에서 국제선을 띄우기 위해선 전 노선에 운수권이 필요한데, 공정위에서는 잔여 운수권이 없는 경우 두 기업의 운수권을 반납해 재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운수권은 관련 법령상 국내 항공사에만 재배분되는 만큼,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LCC가 수혜를 볼 전망이다.
김포공항발 국제선은 국내 모든 항공사들이 취항하고 싶어 하는 '알짜노선'으로 통한다. 도심과 가까워 출장 등 비즈니스 여객 수요가 높아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항공권이 비싸도 대부분 80%가 넘는 탑승률을 기록했다"며 "통상 탑승률이 80%가 넘으면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제외한 일반석은 모두 만석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중단거리 노선 중심의 LCC가 김포공항발 국제선 진입 확대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김포공항에서 직선거리로 33㎞ 떨어진 곳에 인천국제공항이 있지만, 항공편 당 탑승객 인원은 차이가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인천국제공항~일본 오사카 노선 운항 횟수는 1만7452편, 탑승객은 284만명이었다. 같은 기간 김포공항~오사카 노선 운항 횟수는 4270편, 탑승객은 74만4790명이었다. 운항 횟수를 탑승객으로 나눌 경우 편당 각각 163명, 174명을 태웠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에 평균 11명이 더 탑승했다는 뜻이다.
LCC는 특히 김포~일본 하네다 노선 진입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하네다 공항은 도쿄 시내로부터 16㎞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60㎞ 떨어진 나리타공항보다 도심 접근성이 좋아 운임도 김포~하네다 노선이 인천~나리타 노선보다 비싸다. 2019년 기준 인천~하네다 노선의 편당 탑승 인원은 157명, 김포~하네다 노선의 탑승 인원은 235명으로 김포에서 하네다로 출발한 항공편에 평균 78명이 더 탑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CC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당장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노선보다 시간적 부담이 적고 가까운 일본, 중국 여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적자에 빠져있는 LCC 입장에선 김포공항발 국제선 진입이 빠른 회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LCC와 해당 노선을 공유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두 항공사를 통합하는 이유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인데, 운수권뿐 아니라 슬롯을 제한하면 '항공 빅딜'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달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훼손할 정도의 운수권이 축소되면 사업량 유지를 전제로 한 인력과 통합계획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